그 웨딩박람회에 가지 마시오

환영합니다 고객님 지금 당장 계약 안 하면 안 되세요~^^

by 겨울나기
웨딩람회는 매년 있고 매주 있고 매일 있다

많은 웨딩 업체들은 '웨딩박람회'라는 걸 개최하며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때리기도 한다. 예비부부에게 홍보할 때는 '지금 당장 결혼식 일정 잡을 필요 없으니 와서 구경만 해보세요~'라고 해놓고서는, 예비부부가 와서 플래너 앞에 앉으면 그때부터 당장 계약을 해야 된다느니 어쩌느니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과 으름장으로 기어이 결제를 하도록 만든다.


예컨대 이런 거다. 각종 드레스 업체와 스튜디오 업체, 메이크업 업체를 와다다 홍보하고 예쁜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다음, '신부님 오늘 계약하시면 얼마에 해드려요~',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 여기서 하면 좋겠다~ 신부님 일정 언제 가능하세요? 이 드레스샵 인기 많아서.. 지금 바로 볼게요~ 어머 딱 한 자리 남아 있네. 이거 빨리 잡아야 해요~ 오늘 계약 안 하시면 서비스 다 날아가요~'


물론 여기서도 사양하고 도망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웨딩플래너는 이런 눈빛을 보낸다. '내가 이렇게까지 너를 위해 노동했는데 그냥 가니?' 이 과정을 겪어내는 자체가 그냥 스트레스이니 그날 가서 계약한다는 마음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웨딩박람회는 굳이 가지는 않기를 추천한다.


특히 웨딩 상담을 가면 이것저것 예시 사진들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런 내용들이 다 처음 보는 것이다 보니 그 자리에서 대충 홀려서 결정 내리면 집에 가서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그러니 미리 정보를 탐색하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를 대충이라도 추려가면 훨씬 낫다.


플래너는 늘 편하게 질문하라고 하지만, 그 편하게가 진짜 편하게가 아닌 건 우리 모두가 알지 않은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계속 질문을 하면 '작작 좀 물어보고 빨리 결정이나 해라'라는 느낌이 오니 제대로 결정하기 힘든 건 당연지사다. 꼭 플래너가 눈치를 주지 않더라도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플래너가 내 앞에서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를 신경 쓰지 않기란 쉽지가 않다.


어쨌거나 웨딩 플래너 업체는 정해야 하는지라, 웨딩 박람회를 가든 웨딩 상담을 가든 어떤 방법으로든 플래너 업체와 소통해야 한다. 이때 웨딩 상담을 대면으로 할지 비대면으로 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대면으로 하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볼 수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장점이겠지만, 일단 플래너 앞에 한 번 앉으면 결제 전까진 일어나기 힘들단 점을 알아둬야 한다. 비대면으로 하면 질문하고 답하고가 약간 느리고, 또 이것저것 고민할 게 많아지는데 상세하게 물어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대면으로 웨딩 상담을 진행한다면 방문 일정까지 정해야 한다. 직장 일에 치이고 주말엔 쉬고 싶은 예비부부에겐 청천벽력이다.


어떤 플래너 업체는 웨딩 상담 전에 설문지를 작성하라고 주기도 하는데, 안 그래도 고민할 게 많은 예비부부에게는 이것도 스트레스다. 스드메고 자시고 잘 모르겠는데, 설문지에는 희망하는 스드메 스타일을 적으라고 하니까 말이다.


스튜디오는 어떤 걸 희망하세요? 정원? 야외? 인물 위주? 배경 위주? 화려한 배경? 심플한 배경?

메이크업은 어떤 걸 희망하세요? 깨끗? 청순? 우아? 과즙? 상큼? 배우? 아이돌?

드레스는요? 비즈? 실크? 화려? 단아? 러블리?


이 모든 질문에 답하고 나서 진이 빠진 예비부부에게는, 플래너의 냉혹한 독촉이 기다리고 있다. 결제하셔야 날짜 예약이 되세요~ 이 날짜 오늘 안 잡으면 힘들어요. 신랑 신부님 날짜 빼기 어려우시잖아요~ 디테일은 결제부터 하고 천천히 정하셔도 되셔요. 플래너들은 자기 앞에 앉은 고객을 결사적으로 집에 안 보내려 한다. 결제가 끝날 때까지 말이다.


웃긴 건 결제 전에는 천천히 결정해도 되니 결제부터 빨리 하자고 하더니, 결제하고 나서는 빨리 결정하라고 독촉한다. 결국 플래너들은 예비부부가 어떤 결혼식을 꾸미고 싶어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빨리 결정을 끝내고 일을 시작하고 돈을 받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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