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일요일은 모든 것이 어쩐지 한 템포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토요일은 밀린 일들도 하고, 각자 약속도 있지만 일요일 만큼은 아주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완전히 쉬는 날이다. 본가에 내려가면 이제는 마치 짜여진 것처럼 아침에는 근처 빵집에서 사온 빵과 커피를, 점심에는 멸치육수에 달걀과 애호박 고명을 듬뿍 얹은 국수를 먹는다.
독립한 지금은 아침식사는 생략하고 느지막히 일어나 실컷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몸이 깨는 것을 기다리다가 몸을 일으킨다.
커피가 윙- 소리를 내며 갈리고 은은한 커피향이 풍기면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냉동고에 있는 빵을 되살리고 냉장고에 그날 있는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 샌드위치를 만든다.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양 갈래로 갈색 머릿결을 뽐내며 컵에 떨어진다.
그리고 나 만큼이나 아침잠이 많은 남편이 덜 깬 눈으로 음식을 우물대며 맛있다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는 걸 아주 좋아한다.
그 후 밀린 집안일도 살짝 하고, 넷플릭스라도 잠깐 본다 치면 어느새 시계는 오후 3시를 향하고 잠이 솔솔 오는 시간이 된다.
본가와 독립한 지금 먹는 메뉴는 달라졌지만 똑같은 게 있다면 일요일 오후 3시에 자는 낮잠이다.
점심을 먹고 모두 꾸벅꾸벅 졸다가 옆을 돌아보면 어느새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자고 있는 일요일 오후 3시.
왜인진 모르겠지만 오후 2시는 괜히 시간이 더 남은 것 같고, 오후 3시만 되도 주말의 끝이 다가오는 느낌이라 자기 아쉬워 발버둥치다가 결국 잠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자는 그런 낮잠.
거실에 친 노란 린텐 커튼의 섬유 조각 사이사이로 살금살금 들어오는 실오라기를 닮은 햇살과, 한점 두점 모으다 보니 베란다를 가득 메운 관엽 식물의 초록초록함. 가장 에너지가 강렬했던 시간은 살짝 비켜간 시간, 나른하게 부는 따뜻한 여름 바람을 머금은 선풍기 바람.
못내 아쉽지만 눈이 감겨서 선잠을 자고 있으면 귓가 너머로 윙-차칵, 윙-차칵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가 들린다.
또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옆집 아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그보다 어쩌면 더 신난듯한 아이 엄마의 목소리.
나는 일요일 오후 3시 낮잠을 잘 때마다 햇빛을 닮아 황금빛으로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