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밤 사이

by 겨울빛


모두들 노을이 예쁘다고 말한다.

그 강렬하고 정열적인 붉음과 날씨에 달라지는 색감이 모두를 홀리고 감탄하게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는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몇 년동안 여러 곳에서 노을을 봤지만 그 찬란함에 비해 마음이 가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너무 찰나여서 라기 보다는 그 눈부신 강렬함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노을이 지나가 아쉬운 노을과 밤 사이의 탁한 남색을 좋아한다.

한밤중처럼 너무 새까맣지도 않고, 한낮처럼 맑은 하늘색도 아닌 깊은 바다색을 닮은 그 부옇고 탁한 남색이 마음 편하게 느껴진다.


어두운 남색 하늘과 상점가의 불빛은 오히려 대비를 이루지 않고 잘 어울린다.

이렇게 어스름이 질때 공기 사이로 스미는 불빛을 걷다보면 판타지 소설처럼 다른 세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또 낮에는 빛 아래에서 선명한 경계를 이루던 하늘과 잎들, 식물과 땅의 경계들이 어두운 남색 하늘이 될 즈음이면 경계가 사라진다.

아직 가로등이 켜지기 직전의 시간에 산책을 하면 분명 옆에도 반대편에도 사람이 걸어오고 있지만, 어쩐지 존재가 흐려진 듯한 착각이 들어 마치 세상에서 혼자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스름이 질 때의 남색 하늘이 되면 삼삼오오 사람들이 퇴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얼굴에는 지친듯한 표정이 대부분이지만, 한구석에는 오늘의 일을 마치고 이제는 쉴 수 있는 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안도하는 표정도 그 아래에 깔려있다.


노을과 밤 사이 그 애매한 시간대에 걸음걸음 켜지는 가로등 불빛과 함께하며, 오늘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얼굴들과 함께 집에 돌아오면 알수 없는 안도감과 행복감이 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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