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

by 겨울빛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한 지 이제 벌써 5년차다.

오래된 아파트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복도식 아파트의 단점이자 장점은 통풍이 아주 잘된다는 것과 옆집 사정을 원하던 원치않던 아주 잘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 옆집에는 아주 외향적이고 발랄한 성격의 어머님, 그리고 말수가 적은 아버님, 어머님 쪽을 닮아 활동적인 여자 어린이가 산다. 놀랍게도 세 명 다 직접 만나서 말씀을 나눠보면 정말 조곤조곤 얘기하시는 편이고, 아이는 낯을 가려서 인사도 하지 않고 엄마 뒤로 숨는데 그 차이가 정말 귀엽다.


직접 만나서 말을 하기도 전에 나는 아이의 이름을 알았다. 또 학부모는 아니지만 옆집 어린이가 등원을 언제 하는지, 하원을 언제 하는지도 대충 알게되었다. 하원할 때는 꼭 어머님이 신나게 말하면서 복도를 들어오시는데(예를 들면 "가자!!!!"라거나), 그러면 아이가 신나게 집을 향해 뛰어간다. 천진난만한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또 아침에는 아이의 목소리보다 엄마의 목소리가 더 들리는 편인데 아마도 졸려서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어머님은 정말 에너지가 넘치시는데 매번 존경스럽다)


또 우리 아파트 앞에는 초등학교도 있어서 꽤나 시끌시끌한 편이다. 이 곳에 이사오기 전에는 이 작은 생명체들이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몰랐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까르르 웃는 소리, 같이 신나게 놀고있는지 익룡 뺨치게 소리지르는 소리, 가끔 노래하는 소리도 들린다. 아마 같은 소리를 어른이 내면 이렇게까지 몽글몽글하고 귀엽지 않았을 텐데 어린이들의 특권이란 이런 걸까. 괜히 뭐라고 얘기하는지 귀를 기울이게 되고 앞뒤 맥락이 없어서 웃음짓게 한다.


특히 운동회 시즌이 되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꽤 선명하게 들리는데, 자신의 팀이 져서 아쉬운지 볼멘소리로 소리지르는 소리와 신나게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어린시절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아이들은 얼마나 신날까 하는 생각이 들면 어쩐지 나도 마음이 두근두근하는 느낌이 들고 에너지가 괜히 생기는 기분이다.


어른들은 잘 웃지도 않지만 웃으려면 이유가 필요한데,

이유도 없이 꺄르르 웃는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나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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