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아스완-아부심벨)

1. 고대의 트루러브를 찾아 달려가자

by 겨울빛


사실 우리가 아스완에서 호텔에만 있을 거였으면 굳이 여기까지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 힘들게 야간열차까지 타면서 아스완까지 온 건, 아부심벨 신전을 보기 위함이었다. 아스완에서도 차로 거의 3시간 넘게 걸리는 아부심벨은 수단 국경과 인접해 있을 정도로 꽤 멀다. 여행을 오기 전 여러 투어를 검색해봤는데 대부분의 투어사에서는 아부심벨 신전까지 교통수단만 제공할 뿐 가이드가 없었다.

아침 6시에도 벌써 밝은 호텔 전경

그래도 유적인데, 아무리 공부해도 말로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해서 비아터(Viator) 플랫폼을 통해 프라이빗 투어를 미리 예약했다. 한국어로 카카오톡을 통해 예약했던 검증된 타 투어 대비 좀 불안했는데, 끝나고는 아주 만족했던 투어 중 하나였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미리 이메일로 혹시 룩소르까지 투어 끝나고 추가로 택시를 탈 수 있을 지 여러번 문의했었는데 답이 오지 않아 결국 기차로 간 게 참 아쉬웠다.


그렇~게 연락해도 답이 없더니, 하루 전 갑자기 왓츠앱으로 태연히 "너 룩소르 데려다 주냐고 물어봤었지? 갈래?"라고 톡이 와서 어이없음 반 아쉬움 반이었다.


아무튼 하루 전에 우리가 묵는 숙소를 물어보고, 투어 시작시간에 맞춰 기사님이 데리러 오신다. 투어의 가격은 한화로 1인 14만원정도로, 여기에 택시 왕복 가격과 가이드비, 입장료까지 포함이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만족하는 점은 오전 8시에 투어가 시작한다는 점이다. 우리 둘은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타 투어사들은 정말 꼭두새벽에 이동해야했다. 아부심벨까지 차로 꽤 오래 이동해야 해서 그런 것 같고, 일찍 출발하면 가는 길에 필레신전과 누비안 마을 같은 아스완에 있는 볼거리도 모두 볼 수있어서 강인한 한국인들은 강철체력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한국인인데도 비실이인 우리 부부는 과감하게 모든 걸 포기하고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혹시 몰라 물어는 봤다. 그리고 4시에 출발해야 한다는 말에 깔끔하게 접었다)

풍성했던 아침식사

그래도 밥은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자는 마음으로 전날에 미리 6:30에 오도록 아침식사 룸서비스를 시켰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제시간에 가져다 주실까 걱정했던 마음은 잠시 아주 칼같이 가져다 주셨다.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었던 것 같은데, 아주 풍성한 황제의 아침식사였다.


요거트는 이제 말해 무엇하랴 정말 농후한데다 과일이 듬뿍 들어가 맛있었다. 오믈렛이 약간 맛도 비주얼도 한국의 전 같아 웃겼는데, 추석인데 못 먹는 전을 여기서 먹는 구나 싶어서 재밌었다. 잼의 종류도 다양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커피와 빵도 훌륭했는데 이 아름다운 식사를 느긋하게 누리지 못하고 우걱우걱 전투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분명 일찍 일어난다고 일어났는데도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까지 하려고 하니 시간이 빠듯했다. 서둘러서 호텔 정문으로 나가보니 파마머리의 영어가 아주 유창하신 멋쟁이 기사님이 활짝 웃으면서 기다리고 계셨다. 얼마전에 세차하신건지 이 모래의 나라에서 토요타 캠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차를 아주 애정하시는 것이 느껴짐). 게다가 아침 식사하라고 빵이랑 물까지 챙겨주셔서 감동의 도가니였다.

(왼쪽부터) 여전히 아름다운 창밖 뷰 / 우리 방에 묵었던 유명인사는 프랑스 작가였다

일단 이 차는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타본 차량 중 내부가 가장 청결했고(거의 신차같았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아주 강력하게 나왔다. 기사님의 운전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수백번은 이 길을 오가셨는지 어느 포인트에서 길이 울퉁불퉁하고 방지턱은 어디에 있는지도 다 꿰뚫고 계셔서 차를 탄 것같지 않게 운전하셨다.


아, 정말 진짜 이 기사님과 함께 룩소르까지 못 가는 게 개탄스러웠다(심지어 기사님은 룩소르 출신이어서 어차피 퇴근하려면 가셔야 함. 하).

(왼쪽부터) 정말 깨끗했던 차량 내부 / 엔진에 닿을랑 말랑한 수위

가는 동안 기사님과 스몰토크를 했는데, 아스완에서 뭘 봤냐고 하셔서 찔리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안봤다고 하니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면서라도 저기 멀리 보이는게 필레신전이다, 이 건물은 무슨 건물이다 라고 설명을 열정적으로 해주셨다.


가다가 갑자기 물바다가 된 곳이 있어서 차가 지나가도 되나? 싶었는데, 기사님이 한숨을 살짝 쉬면서 하수도가 잘 되어있지 않아 터지면 이렇게 된다고 불평을 하셨다. 하지만 불평하시면서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물을 뚫고 지나가셨다.


아무튼 어찌나 운전을 부드럽게 잘 하시는지, 침대가 아닌 낯선 공간에서는 잠을 잘 못자는 나도 곯아 떨어져서 2시간을 내내 창에 기대 꿀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휴게소에 도착해있었다.


차 문을 열자 확실히 더 남부로 내려온게 체감되는 강렬한 햇빛에 눈을 찡그리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덩그러니 있는 하늘색과 흰색의 가게, 넓은 모래 사막이 보였다. 화장실 이용료는 각자 인당 20 이집션 파운드였고, 휴지도 준다.

(왼쪽부터) 휴게소 외관 / 태어난지 얼마안된 귀여운 까만 강아지
(왼쪽부터) 나름 있을 것 다 있는 휴게소 내부 / 담소를 나누시는 기사님의 모습

화장실에서 나오니 아니?! 귀여운 까만 강아지가 있었다. 키우는 강아지는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가끔 놀다 가는 모양이다. 기사 님은 엄청난 인싸로, 정말 도로 반대편에 지나가는 차 중에 아저씨가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 곳 휴게소 사장님과도 잘 아시는지 연신 "하비비~(이집트어로 내 친구같은 느낌)"를 외치시며 커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는 듯 했고, 우리도 콜라 한모금씩 하며 강아지를 예뻐하며 잠시 쉬었다.


이제 1시간 남짓만 달리면 아부심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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