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나하우스와 작별을 고하며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이는 게 피라미드라니, 다시 봐도 믿을 수 없는 숙소다. 해는 강하지만 확실히 일주일 전 카이로보다 바람 끝에 선선함이 머무는 느낌이었다. 큰 생각없이 다소 후줄근한 티셔츠를 주섬주섬 입고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다들 엄청 신경써서 입고 나온 느낌이라 당황했다.
하긴, 밖을 보니 납득이 가능한게 누가봐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게 생긴 풍경이긴 했다. 조식메뉴는 정말 다양했다. 한켠에는 무려 미소 된장국과 두부구이도 있어서 이게 왠 떡이냐 하고 먹었는데, 아….미소 된장국에 설탕을 탄 걸까 달달한 된장국의 맛에 한입 먹고 내려놓았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된장국만 제외하면, 엄청나게 많은 빵과 과일의 종류부터 특히 신선했던 생과일 착즙주스가 인상적이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커피까지 훌륭해서 아침을 잘 먹지 않는데도 세 접시나 먹었다. 선선해졌다고 하지만 그게 구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이지 시원하다는 절대 아니어서, 실내가 에어컨이 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음식이 차가워질 정도라 결국 밖으로 나왔다. 왼편에는 피라미드가 있는 곳에서 식사하는 경험은 정말 이색적이었다.
다만 후루가다에 있는 새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더 약삭빠른 새들이 호시탐탐 음식을 노리고 있어서 음식을 두고 자리를 비울 때는 주의해야 했다. 역시 사람이나 새나 수도에 있는 이들은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보통내기들이 아닌 것이다.
체크아웃 타임이 되니 다시 달궈지기 시작한 날씨. 큰 맘 먹고 결제한 숙소인데 좀 더 피라미드를 보며 객실을 누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정이 또 기다리고 있으므로, 마지막으로 사진을 남기고 그렇게 캐리어를 챙겨 나왔다.
사실 대박물관은 투어를 막바지에 급 신청했다. 저녁 비행기까지 남는 시간이 얼마 없었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투어는 대부분 박물관의 유물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부분 아침에 일직 시작해 오후에 끝나는 투어들이 많았다. 좋은 호텔에 묵는 만큼 체크아웃 시간까지 있고 싶은 욕심에 오디오 가이드나 듣자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출발했는데, 막상 아부심벨과 룩소르를 거치니 투어 없이 유물을 보면 재미도 없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Viator 플랫폼을 들어가 시작하는 시간이 어느정도 느지막한 동시에 평이 가장 좋은 프라이빗 투어를 신청했다. 성인 2명의 박물관 티켓과 점심까지 포함한 가격이 180.50 달러였다.
급 신청한 투어였지만 이집트 투어 중에 단연 가장 기억에 좋게 남은 투어였다. 가이드는 아유브(Ayoub) 였는데, 이분도 역사 전공자였다. 호텔로 들어오는 길이 길고 삼엄했을 텐데 괜찮았냐고 물어보자 싱긋 웃으며 자신은 맨날 사람들 픽업하러 와서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투어 전 미리 혹시 두시간 안에 끝내 줄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온 영어 메일의 어투와 단어에서 느꼈지만, 정말 젠틀한 지식인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 결국 2시간은 무리여서 초스피드로 겨우겨우 3시간 걸렸지만.
개인 차량을 가져온 것 같은데 SUV인데다가 깨끗하게 관리해서 쾌적하게 이동했다. 차분하면서도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여서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그에게서 수많은 리뷰로 쌓인 경험치가 느껴졌다.
주차장에서 카트로 박물관 본관까지 이동해서, 아유브가 티켓을 끊고 오길 기다렸다. 사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가오픈 기간으로, 며칠 뒤 휴관하고 정비를 마친 뒤 정식 오픈한다고 설명해줬다.
지어지는 동안 완성을 하려고 하면 아랍의 봄이 와서 치안이 불안해져 중단, 또 어느정도 지어지면 코로나가 와서 중단되어 20년간 미뤄지고 미뤄진 정식 오픈인 데다가 이집트 정부가 그만큼 공들여 만든 곳인 만큼 최대한 외교적으로도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미 초반에 간 박물관이 낡고 유물들은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봐서일까, 사실 박물관이래봤자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는데 초입부터 그 생각은 완전 깨졌다. 엄청난 천고에 시작도 안했는데 어떻게 하면 방문자들의 이집트 판타지를 가장 실현시켜줄 수 있을 지 고민이 돋보이는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그 웅장함에 자국의 역사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엄청난 자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초입에 있는 람세스 2세 석상은 무게만 80톤이며 화강암 1개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돌 하나를 그 옛날에 어떤 수단으로 조각했는지, 또 카이로는 화강암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운반해서 카이로까지 가지고 왔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조각양식이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구경하면서 관람객의 기대를 잔뜩 돋운다. 특히 프레임처럼 보이는 건물 양식 뒤 보이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모양은 장관이었다.
건물의 크기가 커서일까, 꽤 걸어서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유브 왈, "우리 시작도 안했어 ^^".
본격 관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