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과 돌발 사태에 관하여
갈라파고스화
갈라파고스 증후군(영어: Galápagos syndrome) 또는 잘라파고스(Jalápagos = Japan + Galápagos)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제조업(주로 IT 산업)이 일본 시장에만 주력하기를 고집한 결과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마치 남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가 육지로부터 고립돼 고유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러한 용어는 원래는 일본의 상황만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이나 미국의 자동차 산업 등 다른 나라의 비슷한 상황에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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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고유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마치 입력값에 따라
일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나,
26.9도에서는 여간해서 작동하지 않는
27도로 맞추어진 구형 자동 에어컨처럼.
주말 드라마에 나온 한 여자가 말한다.
"함부로 호의 베풀지 마라. 그런 행동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자 나이 어린 천진한 남자가 답하길
"안 흔들리는 인생도 있냐. 꽃도 흔들리면서 피고, 나무도 흔들리면서 자라고, 사람도 흔들리면서 살고. 누군가를 송두리째 흔들고, 누군가에게 송두리째흔들리는 거. 나는 굉장한 거라고 생각한다."
선로 위로만 달릴 수 있는 기차처럼
한 순간의 탈선도 허용하지 않는 건
익숙함에 대한 편안함과
그로 인한 안도감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용기 없음이라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낯선 세계에 대한
비면역 체계 때문에 발생한다.
마치 면역 체계가 생기고 나면
내성이 생겨버리는 몸처럼
정신적으로도 더 큰 자극과 변화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것도
완전하지는 않다.
구형 자동 에어컨과 같은 삶도
번번이 탈선하는 기차와 같은 삶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털 같은 날들이
먼지 같은 시간들이
끊임 없이
숨을 쉬며 지나간다는 것이다.
덧)
주말 드라마의
나어린 남자에게서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가 겹치는 것은
내가 너무 나이 먹고 때 묻었기 때문일까?
女子에게 少年은 부담스럽다(노희경)
<전략>
"라면이나 먹자", "자고 갈래"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은수의 말을 이해 못하고
정말 라면이나 먹고, 잠이나 자는 상우는
어쩌면 처음부터 은수에겐
버겁게 순수한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날긋하게 닳은 여자에게 순수는
반갑지 않다.
순수가 사랑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모르는 사람만이 순수를 동경한다.
사랑이 운명이나 숙명이 아닌 일상의 연장선에 있다고 믿는,
대개의 경험있는(상대를 바꿔가며 사랑의 열정을 몇번씩 반복해서 느껴 본) 사람에게,
순수는 정돈된 일상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사랑을 좀슬게 한다.
상우의 순수가 은수의 일상을 방해하고
사랑을 버겁게 느끼게 하는 요소는
곳곳에 있다.
늦잠을 자고 싶은데 상우는 제가 한 밥을 먹으라고 재촉하고,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새벽녘 서울에서 강릉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포옹을 요구하며,
맨정신으로 약속을 하고 찾아와도 안 만나줄 판에
술 취해 급작스레 찾아와
철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
게다가 엉엉대며 울기까지,
그 대목에 이르면 은수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은근슬쩍 짜증이 인다.
저만 아프고 저만 힘들지.
어린 남자는 그렇게 이기적이다.
사랑만 하기에 인생은 너무도 버겁다.
다수의 사람들은 은수가 상우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현실적인 가치 기준의 잣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박봉에 초라한 개량 한옥에서 사는,
홀시아버지와 매서운 시고모를 옆에 두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모셔야만 하는,
정말 누가봐도 최악의 결혼조건을 가진
그 남자와
연애는 몰라도
결혼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계산이
은수에게 있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이유에 반박한다.
은수는 그 남자의 처지보다 무료해지고,
생계가 치명적인 걸 이미 아는 여자에게
사랑만이 전부인 남자는 부담스러웠을 뿐이다.
이제 이 나이에
"사랑이...어떻게 변하니?" 라고
상우처럼 묻는 남자가 내게 온다면,
나 역시 은수처럼
당연히 그 남자를 피해갈 것이다.
아직도 사랑이 안 변한다고,
사랑이 전부라고(직장마저 그만둘 만큼)
생각하는 남자와
격한 인생의 긴 여정을 어찌 헤쳐나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