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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고돈쓰고 Feb 22. 2019

오르락내리락

두세 시간 잤을까. 오늘도 누군가의 손끝으로 잠이 깼어, 아니 깨어나야만 했지. 찌그덕... 기침   하고 일어났지만 사실 한숨  것도 많이  거야. 지난번에는   누운 덕에 열두 시간이나 잤지 뭐야. 나야 편히 쉬었지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사람이 나를 치료하고 간호하느라  더운데 진땀을 빼더라고.  그렇고, 지난밤  옆의 동료는 자다 말고 한차례 일하고   같은데. 이놈의 일은 정해진 휴식이 없어. 휴가는 언감생심, 그저 내가 뻗어야 잠시 쉴까. 시도 때도 없이 움직여야 하니까. 내가 쉬면 모두   스톱이지.   덕분인데, 그래도 나한테 감사해하는  하나 없네. 우리가  세계적으로   분만 파업을 해도 세상이 평평해질 거야. 위아래없는 거지. 높은 곳은 그저 바라만  뿐이니 바벨탑은 아무 쓸모 없을걸. 하느님의 저주가 별건가. 무용지물처럼  형벌은 없어.  


그래 나의 존재로 덩치 큰 너희들은 쓸모가 있는 거야. 내가 무슨 일하냐고? 사람으로 치자면 중추 같은 역할이랄까. 난 특히 아침에 신이 나.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향긋한 냄새도 나고 표정까지 활기차. 그러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지. 그러니까 나의 역할이 뭐냐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는 거야. 특히 어린 학생들에겐 파이팅도 외쳐주고 싶어. 손이라도 있으면 등짝 한번 가볍게 토닥거려주고 싶더라고.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듬직해. 저녁땐 또 어떻고. 일상에 지친 그들을 내 품에 안고 각자 집으로 데려다주지. 물론 나도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들을 보면 다시 기운이 나. 신기하지. 그것은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거야.


160여 년 전, 엘리샤 오티스(Elisha Graves Otis)란 분이 나를 만들었지. 1854년 뉴욕 만국박람회 때 그는 나를 믿고 높은 곳에서 자신이 탄 채 매달고 있는 줄을 끊은 거야. 그래 목숨 걸고. 그 광경에 사람들은 놀랐지만 내가 떨어지지 않고 안전해지자 곧 환호성을 내질렀어. 대단했어. 그 바람에 나는 우쭐해졌고 내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지. 물론 내 덕분에 건물들도 우후죽순 올라갔고 스카이라인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맞아 내 이름은 '엘리베이터'야.


나는 오르내리는 편의성을 위하여 태어났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을 중요시한단다. 특히 문은 여닫는데 고장이 없어야 돼. 아니면 소중한 목숨을 저 밑바닥까지 끌고 갈 수 있거든. 내가 건물에 설치되기 전에 난 문을 100만 번이나 열고 닫아봐야 해. 그러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리지. 그래도 이상이 없어야 비로소 내 임무가 주어지는 거야. 날 매달고 있는 쇠줄은 또 어떻고. 적정 하중의 10배는 견딜 수 있어야 한단다. 굉장하지. 그치

  

거 듣는 계단 참 섭하게 말하네. 야, 화재 나면 넌 끝장이야. 승객이 탔는데 작동이 중지되면 그야말로 숯가마가 된다고. 비상시를 대비하여 우리가 항상 뒤를 지키고 있다는 걸 모르냐. 게다가 요즘은 그 뭐냐, 웰빙 바람을 타고 계단 오르기 운동이 대세야. '계단 한 개 오를 때마다 4초의 수명연장' 못 들어봤어? 그런데도 계단이 조금만 있을라 치면 그 옆에 니 동생 '에스컬레이터'가 붙어있어 요즘 비만이 판을 친다고. 어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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