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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Nov 02. 2023

아이와 나의 바다

아이유

새로운 집 정리가 끝났다. 

더 이상은 손 볼 곳 없이 충분하다.

이곳엔 작은 도서관이 걸어서 1분 거리에 있고 중고서점도 산보 삼아 걸어갈 만하다. 

책 한번 보려면 단단히 준비하고 날을 잡아가야 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호화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도 쉽게 글을 적어내지 못한 것은, 

좋은 글을 '언젠간' 쓸 수 있을 거야 라는 기대와 대비되는 스스로에 대한 너무나 초라한 자존감 때문일 테지.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가볍게 자, 내일부턴 힘내서 다시 글을 써보자 라는 다짐을 하는 의미로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노래 가사를 기록해 두려고 한다.  

아이유의 여러 노래를 즐겨 듣지만 이 노래만은 부르기는커녕 첫 소절부터 듣다 울어버리곤 한다. 

심지어 후반부로 갈수록 힘내!라는 가사이건만 

아직 거기까지 소화하기엔 역부족인지 초반에 언제나 마음이 멈춰 버리곤 한다. 


그래도 너무 멀지 않은 시간에 

이런 나라도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그 아이에게 

이 곡을 기쁘게 선물해 줄 수 있길 바라본다. 



아이와 나의 바다 -아이유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하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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