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인생은 이토록 싱그러우며
좋은 인간은 오래도록 걷고 기록하며 기억한다는
단정 지어진 나를 거울에 비춰볼 때 삐뚤어진 내 마음은
도무지 올곧아질 겨를이 없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인생의 충고들은
하자 투성이 너 따위
활자로 기록하지도 기억하지도 않겠다며
얼굴 위로 이해 못 할 트라우마를 그으며 지나간다.
감히 300 페이지 조언을 퍼부을 정도로
네가 대단해?
네가 그렇게 대단해?
삐뚤어진 내 마음은 울렁이고 울적하다가
한 글자도 충고하지 못하는 내가 거울 아래 침전한다.
내가?
감히 내가?
이렇게 우울한 마음과
이토록 서투르기만 한 인생과
우물쭈물 서서 어쩌지 머릴 감싼 나란 인간은
삐뚤어질 자격조차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