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좋지 않은 주말 오전이라 마냥 침대에 누워 있고 싶은 그런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내기엔 너무도 긴 하루일 테고
집에선 게으름 때문에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 옷만 겨우 챙겨 입고 집 앞 카페로 들어갔다.
그러나 기대했던 차분한 분위기와 사뭇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저 새끼가 발이 느려가지고 지난번 경기에서도 진 거 아니야. 너는 체력 좀 길러라."
"형님이나 제대로 하세요. 나한테만 뭐라 그래. 존나 기분 나쁘다고."
"씨발, 다음에 가면 심판한테 제대로 이야기를 하자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억지였어."
조기축구회 회원들로 보이는 운동복 차림의 남자들 열댓 명이 카페의 한 귀퉁이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으하하하 서로의 무용담과 험담이 부서지는 웃음소리 속에 나의 마음도 카페 직원들의 정신도 산산이 흩어진다.
수첩에 적고 싶었던 예쁘고 고운 말 대신 필터 없는 욕설들과 소음들이 머릿속에 들어와 박혔다.
작지만 날카로운 펜을 꺼내 누구의 입을 찢어버릴까. 입 위로 새까만 마스크를 가득 그려 넣어주면 좀 조용해지려나.
한참 그들을 둘러보던 순간 딩동- 소리와 함께 음료수가 우르르 나오고 무리도 음료를 한잔씩 들고나갔다.
다시금 고요해진 카페에 직원들이 내뱉는 안도의 한숨과 미소가 내려앉고 뾰족한 펜 끝은 복잡한 내 머릿속 부스러기들을 긁어낸다.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단어들을 모아 보지만 이미 생기와 기쁨과 행복을 잃었다.
뒤늦게 급히 나온 커피는 너무나 뜨거워 마실 수가 없었다.
미처 충전하지 못한 핸드폰은 배터리가 실시간으로 닳고 있었고, 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덜 식은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긴 그림자를 그리고 있는 하루가 내 앞에 우뚝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