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집에 가기 전
나의 각오는 언제나 비장하다.
이번에는 꼭 내가 승리하고 돌아오리.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나의 패배였다.
스트레스성 위 통증으로 아픈 배를 쥐어 잡고
패잔병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언제나 고향 방문의 마무리였다고 할까.
어릴 때는 엄마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면
큰 소리로 싸우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엄마의 관점에서 엄마의 말은 틀린 점이 전혀 없고
나의 관점에서 나의 말 역시 틀린 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서로 다른 방향의 평행선을 향해 달려가는 것뿐이다.
그걸 깨달은 뒤에 나는 직접적으로 싸우는 것을 그만두었다.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도 보기 싫었고.)
몇 마디 더 하다가
"알겠어." "그렇지."로 종결되는 우리의 대화.
다만 엄마의 의견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름의 방어전을 펼쳐본다.
그래도 여전히 한판하고 나면 기가 막히게 위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