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상담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서 그냥 순탄한 듯 했다.
그 당시 나는 연애를 하기 시작했고, 연애에 대한 얘기만 나누었다.
뭐랄 게 없는 연애였다.
크게 사랑하지도 않았고, 크게 미워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연애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방어적이게 된 것은 아마, 그 전 연애 상대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아주아주 많은 사랑을 쏟아부은 연애가 끝이 나고,
그를 붙잡던 나에게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그 끝말이 얼얼하게 남아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그 생각을 한 달정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한 달이 지나고나서는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데?’라는 화가 났다가
체념했다고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를 남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 당시에 다녔던 상담은 감정을 쏟아내기만 했다.
잡고 싶어요,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답이 없는 물음만 가득했다.
그 이후의 연애는 전과 사뭇 달랐다.
좋아했지만, 사랑하지 않았다.
기대하는 바도 적었고, 금세 포기했다.
내게 화가 많다던 전남친을 생각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눌렀다.
화를 어떻게 내야하더라, 그런 생각이 들 때까지 화를 눌렀다.
한숨을 가득 들이쉬고는
한참을 참는다.
그리고 내쉰다.
그렇게 감정을 누르고 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관계는 삐그덕거렸다.
예민한 둘의 만남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상담선생님에게 쏟아냈다.
이랬는데요, 이랬는데요,
그럴 때마다 상담선생님은 맞장구 쳐주었다.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요, 라는 선생님의 지령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다보니, 화를 내는 나에게서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도 한동안은 집단 상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나는 화를 참을 수 있는 최대한으로 참았지만,
다들 한다는 I화법을 열심히 해보았지만,
책에서 본 것처럼, 다른 데서 주워들은 것처럼
좋은 반응이 나오진 않았다.
화나는 마음을 꾸욱, 누르고,
"내가 너를 좋아해서 그런지 너가 그러니까 속상해."
라고 말하자 남자친구는
"그래, 그건 너가 나 너무 좋아해서 그래"
하고 대답했다.
너무 좋아하지도 않았던 터라 더 황당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이 닿지 않는다는 것에 좌절했다.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고민에 쌓일 쯤, 그와도 헤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