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K문고, A 중고서점...
인터넷 검색으로 한계를 느낀 나는 서점을 뒤지기 시작했다.
글쓰기 책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고, 생각보다 많았다.
무엇이 좋은지 몰라 일단 눈에 띄는대로 샀다.
평소같으면 제목을 보고 목차를 보고 한 군데를 펴서 읽어보는 작업을 할테지만
이번에는 지은이들의 이름을 보기 시작했다.
S대 편찬, C대 편찬.
이 네임벨류면 나도 묻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 학교에서 가르치는 거면 분명 질 좋은 자료일 것이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나 둘,
책상 위에 난잡하게 쌓인 책들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이걸 다 읽어야한다니!
독서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읽기 싫어하는 강사라니! :(
학교마다 어쩔 수 없이 수업의 난이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거를 깨달은 것은 S대의 글쓰기 책을 보고나서다.
내가 만약에 대학교 1학년 학생이라면?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결국 꾸역꾸역 읽었지만은 어떻게 써먹을지 몰랐다.
그 다음엔 C대 글쓰기책, 그 다음엔 글쓰기 에세이책, 분야마다 관련된 책들
읽으면서 비교했다.
교육받은 경력이 이십년이 넘었는데도
가르치는 건 쉽지 않았다.
하기 싫은 것을 마주했을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 하기싫어!
책들은 역시 책장에 있는게 미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성스레 한권 한권 책을 꽂아서
서랍으로 가려버렸다.
실로 구색을 짜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그러다가 빤짝, 숨겨놨던 똘끼가 발산되었다.
그래, 이거야. 나는 닫아놨던 노트북을 폈다.
하기 싫고 어찌할 바 모르는 마음이
자꾸 삐죽삐죽 새어나와서
광기로 분출되었다.
PPT 배경을 찾고, 자료를 찾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다행히도 한시간 분량의 PPT도 함께 남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내가 즐거워해야 일이 잘 풀린다.
PPT를 후루룩 만들고는 다른 PPT를 고민했다.
물론 다른 PPT들은 아주 평범, 그 자체였지만 말이다.
한 번 즐겁게 만들고 나니, 반응이 궁금했다.
아이들이 웃어줄까, 두근두근해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수업 모두가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었다.
나의 첫 교수데뷔는 온라인 카메라와 함께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