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답정킴 Sep 04. 2021

교수도 알바하는 이유

온라인 수업도 힘들어요.


시간강사 월급은 부족해


시간강사의 월급은 "시수*단가*분반의 수*횟수"로 계산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한 학교에서 받는 금액을 공개하자면,


2시수(보통 100분) * 33000원 * 2 * 4(주1회 한달)


이렇게 계산된다.

2시간 짜리 수업을 2분반 4주 강의를 하는 것이다.

이때 단가라고 표현한 금액은 한 시수당 받는 금액인데

시급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물론, 일반 알바보다는 고시급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강의는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 시간만 쓰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을 가르칠지, 그리고 PPT를 만들고 수정하는 시간,

학생들의 과제를 걷고 채점하는 시간, 시험을 치고 매기는 시간,

그 외의 행정적인 일들을 하는 시간!


이 시간을 따지면 사실, 강사의 시급은 터무니없이 짜다.





온라인 수업은 더 해요


코로나 이후에 많은 수업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ZOOM과 같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수업도 많지만,

동영상을 제작해서 기간 안에 수강할 수 있는 수업방식도 많이 늘었다.


영상을 전공해서 촬영 편집쪽으로 알바를 간간히 했었던 경험탓에

나는 영상을 만드는 데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고,

그래서 나는 실시간인 ZOOM이 아니라 동영상 수업을 선택했다.


사실, 내 첫 강의는 온라인 수업이었고,

실시간으로 그것도, 온라인으로 마주하는 ZOOM 수업은 부담이 되었다.

내가 잘 관리해서 올릴 수 있는 동영상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더 큰 이유는 사실, 실시간 수업보다 동영상 수업의 길이가 짧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안 그런 학교도 많다)


동영상 수업의 경우, 실시간 수업보다 더 컴팩트하게 집중해서 수업할 수 있다.

다만, 학생들과의 교류가 적다는 것이 단점이고 그 점에서 시간이 좀 줄어든다.

그러나 역시, 동영상 수업의 경우 다양한 자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으며,

컨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모로, 그리고 특히 준비할 길이가 짧다는 이점에 동영상 수업을 준비했지만...




몸과 마음과 하드웨어는 모두 따로


일단, 컴퓨터 성능이 문제였다.

한동안 문서작업용으로만 쓰던 컴퓨터를 갑자기 영상용으로 돌리려고 하니

프로그램이 무거운 것도 문제였고, 용량도 부족했다.

당연지사 Adobe 프로그램들을 다시 결제해서 사용해야 했고,

부차적인 수고가 더 들었다.


그리고 녹화를 하고, 편집을 하고 자료를 찾아 넣고,

다시 렌더링을 하고, 파일을 변환하고, 사이트에 올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실시간 수업보다 더 힘들었다.


밤을 새는 일이 왕왕 있었고,

더 좋은 녹화를 위해 장소를 여러번 옮겼다.

마이크도 새로 사기도 하고, 당연히 삼각대도 샀다.


이럴거면 그냥 ZOOM 수업을 할 걸 그랬나, 잠시 스쳐갔지만,

그래도 완성된 깔끔한 영상들이 맘에 들었고,

열심히 만든 영상에 좋아해주는 학생들의 반응에 힘이 났다.


잠깐 자랑 좀 해도 될까요?



이렇게 해피엔딩이라면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 =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내가 받는 돈은 일정하다.


영상을 전공한 나의 경우에는 온라인 수업 영상을 만드는 일이 보람차고 재밌다.

학생들이 더 재밌게 듣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어느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상을 잘 모르는 교수님들의 경우에는 꽤 고생하신다.

ZOOM도 어렵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카메라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도 다 생소한 일인 것이다.

그럴 수록 시간이 배로 더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시간강사의 월급은 수업 시수만큼만 제공된다.

내가 열시간을 준비해도 0시간을 준비해도 똑같은 월급이란 말이다.


수업을 다섯개정도 한다고 쳤을 때

2시수(보통 100분) * 33000원 * 5(수업 수) * 4(주1회 한달)

132만원 정도를 벌게 된다.

(물론 시급은 학교마다 급마다 다르다)


서울에서 한 달을 살아내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 없이 알바를 한다.

때론 알바를 하는 돈이 본직업인 시간강사보다 더 잘 벌 때도 있다.




그렇다면 왜 시간강사를 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다.

배운 게 학문 뿐이라 학문을 가르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알려주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혹은 정말의 '교수'라는 직업을 위한 단계이기도 하다.


시간강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강사는 교수로 가는 하나의 길이었다.

시간강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더 잘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

또,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아직도 부족하다는 마음이 든다.


사실, 왜 시간강사를 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나도 찾는 중이다.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둬야할 것인지.

어떤 직업도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영속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든 학생들의 피드백으로 보람을 느끼며 한 학기 학기 버텨낸다.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강의 평가 때 한 줄 쓰는 란에 꼭 한 마디씩 써주면 좋겠다.

그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알바를 따로 해가면서까지도

이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전 04화 교수도 숙제내기 싫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