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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정킴 Sep 10. 2021

[아프리카] 잔지바르로 와요!

02. 여행의 목적


사실 싸움의 기운은 표를 구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코기는 같이 가자고 말한 이후로 다시 여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설렜던 나는 언제 표를 살거냐고 물어봤고,

코기는 자기 표는 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코기와 함께 나갈 줄 알았는데,

코기는 자신이 먼저 가있고 나중에 알아서 올 줄 알았단 것.

약간의 다툼 이후 우리는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리코더 불 줄 알아?



갑작스럽게 코기가 물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6년 나오면 리코더는 한번씩 불지 않는가.

당연히 나는 불 줄 안다고 대답했다.


"그럼 넌 그거 가르치면 되겠다."

"응?"

 





달라도 너무 달라요


코기네 부모님은 센터를 운영하고 계셨다.

그래서 특별 수업처럼 재능기부를 받는 듯했다.

특성상, 방문하면 돕고 일하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코기는 당연히 우리가 같이 일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코기의 입장이었다.


나는 그런 곳에 가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여길 간다는 의미가 여행이 아니라 일하는 것이라는 걸 몰랐다.

나는 일해야한다는 것보다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게 서운했다.

내게 미리 그런 문화라고 알려주었다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코기에게는 말해줄 필요가 없던 당연한 문화였고,

나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문화였다.


코기와 나 사이에 계속 걸쳐진 베이스의 문제가 그렇게 와닿았다.  



서로 어긋난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언성을 높여 싸웠다.

별 거 아니었는데, 그렇게 싸워버렸다.

코기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러 가는게 여행의 목적이라고 했고,

나는 나와 함께 가기로 했으면 여행의 목적은 나와 같이 정하는 게 맞다고 얘기했다.

서로의 베이스에 대해 이해가 없었다.


코기에게 당연한 것이 내게 당연하지 않았다.

이렇게 멋대로일 거면 혼자나 갈것이지, 하고 생각했다.

여행은 파투 직전까지 흘러갔다.

코기가 결국 여행으로 방향을 돌리고서야 싸움이 끝났다.





그래도 리코더는 불기로


그래도 리코더 수업은 하기로 했다.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왕이면 코기의 부모님께도 잘 보이고 싶었다.

할 줄 아는 게 리코더뿐이라 아쉬웠지만, 그거라도 할 줄 알아서 다행이었다.


코기랑은 리코더를 하나씩 사서 나눠가졌다.

만날 때마다 리코더 연습을 했다.

새롭게 생긴 같이 하는 취미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짐가방에는 리코더가 추가되었다.





그렇게 싸움을 뒤로 하고,

드디어 아프리카로 떠날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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