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드디어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여행이 코앞이란 게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수속을 밟으러 갔다.
다행히도 빨리 온 덕분에 비상구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기쁨도 잠시 우리 짐이 무게를 초과해서 다시 나눠 담아야만 했다.
코기는 부모님이 부탁한 물건들이 많았고, 나는 그냥 짐이 많았다.
수속하는 카운터 앞에서 캐리어를 열고 물건을 빼서 백팩에 넣었다.
그러고나니 캐리어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고, 무사히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수속을 잘 마치고나니, 배가 심하게 고파졌다.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당분간 못 먹을지도 모르는
'부대찌개'를 먹기로 했다.
기쁘게 부대찌개를 한 숟갈 먹었는데,
....안타깝게도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망쳤다.
입국심사를 하고 면세점을 조금 돌아다니고,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에미레이트였다.
비상구 좌석이라 앞이 넓었고, 시야가 트였다.
나는 만족스러워하며 두 발을 쭉 뻗었다.
에미레이트에서는 기내에서 파우치와 식사메뉴판을 주었다.
식사 메뉴부터 기쁜 마음으로 보고 (!)
파우치를 열었다. 파우치에는 간소한 생필품들이 들어있었다.
양말, 안대, 칫솔같은 것들이었는데, 양말은 까칠하지만 얇아서 신기 좋았지만,
칫솔은 너무 청소솔같아서 잇몸이 아팠다.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언제나처럼 깊은 잠에 들어버렸다.
*실내용 슬리퍼를 들고가면 편하다.
중간에 일어나서 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못 알아들음)
밥을 먹고 다시 자고 하다보니,
다행히도 빨리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했다.
두바이공항은 크고 밝고 깨끗했다.
온통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가운데에 커다란 전광판이 있었다.
우리는 전광판 앞에 서서, 광활한 공항에 감탄했다.
그러나 두바이 공항에 감탄한 것도 잠시,
전광판을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비행기편이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조급증이 있는 나는 마음이 더 조급해져졌다.
비행기 시간까지 아직 많이 남았지만, 왠지 놓칠 것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불안함에 안내데스크를 찾아 빠르게 걸어다녔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안내데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무나 붙잡아서
직원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다행히 그 사람은 형광조끼를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형광조끼의 그녀는 바쁜듯이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었고,
겨우 그녀를 따라잡아 불러세웠다.
익스뀨즈미......어...(비행기표보여주며) 웨얼?
영어를 잘 하는 코기와 달리 한국인 영어를 쓰는 나는 소심하게 질문했다.
다행히 그녀는 나의 영어를 알아듣고 기계에 표를 찍어보더니
"터미널2"로 가라며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오른쪽 직진 오른쪽 엘레베이터 타고 몇층...지하철타고....버스타고....
대충 코기가 알아들었지 싶어서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여기서 어디랬지?"
"글쎄?"
코기 역시 기억하지 못 해서 조금 헤맸다.
겨우겨우 엘레베이터를 찾은 순간은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그렇게 전철을 타고 무사히 버스까지 탔다.
버스가 출발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두바이 새벽 공항의 풍경을 구경했다.
그런데.....
왜..... 차가 공항밖으로 떠나지...
왜..... 차가 멈추지 않지....
시간이 10분이 흐르고 15분이 흘러도
차는 터미널에 도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