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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ul 05. 2024

남편 칭찬하기

- 궁뒤 톡톡!

 지난주부터 장마라고 하지만 새벽에 비가 내리고 낮에는 쨍쨍한 날씨다. 계속해서 이런 식이라면 장마라도 괜찮을 것 같다. 쨍쨍한 햇살로 빨래가 마르고 낮 활동이 쉽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장마에게 칭찬을 보낸다.

 

 나는 왜 뜬금없이 남편을 칭찬하겠다고 할까. 칭찬은 누군가를 좋게 보는 것이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칭찬을 함으로써 상대방은 물론이고 나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좋은 점들을 보고 싶다. 지금은 그게 필요하다.  


 남편은 신혼 초부터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다. 입덧이 심한 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 하게 되었지만 워낙 꼼꼼하고 야무져서 지금껏 계속하고 있다.  설거지이든 청소이든 남편은 구석구석 깨끗하게 잘한다. 내가 눈에 보이는 부분만 청소를 한다면 남편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찾아서 정밀하고 세밀하게 한다. 


 남편은 미래를 위해 현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퇴근한 후 도서관으로 가서 열공하고 있다. 1차는 합격했고 2차에 도전 중이다. 1차에 합격하기까지 지난한 시간들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2차까지 합격하면 맘껏 축하해주고 싶다. 그토록 먹고 싶은 술을 자제해 가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하고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고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양말을 뒤집어 놓는 사람들은 아내나 엄마가 잔소리를 해도 잘 고치지 못한다.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지 않고 그냥 자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혼하고 처음 남편에게 부탁한 일은 빨래 바구니에 옷을 넣어두는 일이었다. 남편은 한 번에 그렇게 했다. 속옷을 그때는 손으로 애벌 빨래 할 때라 뒤집어 넣어 두라고 하자 바로 그렇게 했다. 뭔가를 부탁하면 군소리 없이 바로 실행해 주고 있다. 물론 잘 되지 않는 것도 있기는 하다. 우리 가족의 전화번호 외우기나 어떤 일에 대해 기억하기는 잘 되지 않는다. 그건 자신의 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일이니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아 중간중간 점검하는 걸로 넘어간다. 


 부부가 자주 싸우게 되는 많은 일들 중 하나가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관이다. 교육관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린다. 남편과 나는 당시 나이로 그리 이른 결혼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 나이가 뭐가 늦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결혼을 하고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다. 그중에서 아이에 대해서는 뜻이 잘 맞았다.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 어릴 때 최대한 많이 놀아주자고 했고, 안아주고 뽀뽀하는 등 신체적인 접촉을 최대한 많이 하자고 했다. 아들이라 남편의 역할이 컸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1시간 정도 땀이 나도록 놀아주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아이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푹 잤기 때문이었다. 힘들 텐데 남편은 아이들이 스스로 친구들과 놀 때까지 놀아 주었다. 주말이 되면 운동장이나 야외로 가서 공차기, 야구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많이 했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있었을 것이지만 우리는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 결과 아들 둘을 키우면서 심한 사춘기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방문을 닫아 말이 없다든지, 심한 짜증을 낸다든지, 밖으로만 돈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잘 표현했고 찾아가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그냥 지켜보고 지지하면 된다. 크게 아프다든지 우리를 걱정시키는 일 없이 잘 커주고 있는 애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큰 문제없이 공통된 생각으로 지금껏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여러 요인들 중에 가장 큰 부분이 성격이었다. 화를 잘 내지 않고 느긋한 부분이 좋았다. 내가 급하기에 아닌 사람이 좋았다. 처음 만나기로 한 날 약속날짜를 잘못 알고 본의 아니게 바람을 맞혔지만 남편은 화내지 않고 다음날 만나도 된다고 했다. 실제로 남편은 순한 스타일이다. 물론 한 번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섭다. 그가 진짜 화가 났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할 때였다. 


 나도 그렇기는 하지만 남편도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바로 사과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신혼 때 우리의 싸움이 짧게 끝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였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 미안하다고 하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남편도 그렇게 했다.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남편을 칭찬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다른 칭찬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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