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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ul 14. 2024

떡국을 거부하고 있다.

- 웬만하면 그냥 먹어주라.

 주말이 되면 자주 하는 음식이 떡국이었다. 하기도 편하고 내가 좋아하니까 했다. 


 멸치와 다시마로 다시물을 내고 떡을 넣고 끓이다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와 파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어서 휘저어 상에 올리면 끝이다. 반찬으로는 김치와 멸치볶음이면 된다. 


 떡국에는 떡이라는 탄수화물과 두부라는 단백질이 있기에 영양도 조화롭고 뜨끈한 국물이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애들이 만두를 좋아하니 만두도 몇 개 넣으면 떡만둣국이 된다. 여름을 빼고 자주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제동이 걸렸다. 주말은 아니었지만 마땅한 게 생각나지 않아 점심으로 차렸던 것 같다. 큰 놈이 앉더니 대뜸, 

 ”아 또 떡국이야? “

 나는 약간 당황했다. 뭔가를 했을 때 불평이 없었기에 더 놀랐다. 

 ”맛있지 않아? “

 내 목소리에는 아마 놀람과 당황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맛있긴 한데… 너무 자주 먹잖아. “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사실 떡국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애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에 아무 생각 없이 너무 자주 했던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 떡국을 할 때는 물어본다. 

 ”저녁에 떡국 괜찮아? “

 ”아니.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오는 대답이다. 그 이후로 나는 떡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애들이 떡국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첫째, 지나치게 자주 했다. 둘째, 떡을 좋아하지 않는다. 셋째, 떡국과 함께 나오는 음식에 먹을 게 없었다. 


 지금은 한여름이다. 시원한 음식이 어울리지만 가끔은 뜨거운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애들은 아닌 모양이다. 떡국을 거부하는 이유를 찾았으니 잊을만할 때 괜찮은 음식과 함께 내놓아야 한다. 함께 하면 좋을 게 뭐가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아들의 입맛은 예민하니 고민의 시간이 깊어지겠다. 


 보통 딸들은 엄마의 솜씨를 닮는다고 하는데 나는 아닌 모양이다. 엄마는 음식을 잘 만들고 솜씨도 좋다. 우리가 어릴 때 옷을 손수 지어 입히기도 했고,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나는 엄마의 솜씨 덕분에 맛있는 걸 좋아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뿐더러 음식 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만든 음식이 아주 형편없는 건 아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고추장불고기, 야채볶음이나 김치볶음밥, 유부초밥을 하면 맛있게 잘 먹는다. 이것도 만들어 보고, 저것도 만들어 보면서 다양하게 먹이고 싶기는 한데,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자주 생기지 않는다.  

 특히 지금은 여름이다. 여름엔 땀이 나고 더우니 불 앞에서 뭔가를 하는 게 평상시보다 더 힘들다. 가능하다면 시켜 먹고, 아니면 아주 간단하게 먹고 싶다.


 애들이 독립하면 부엌에서 자유로워질까? 부엌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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