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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ul 21. 2024

타이어가 터지고, 발이 아프고…….

- 내 차는 터지고, 내 발은 아프고.

 

8년 동안 잘 다녔던 내 타이어

 

 지금은 편리함의 시대이다. 인터넷으로 시장을 보면 집으로 물건이 온다. 힘들게 마트에 들르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으로 사는 게 싼 물건이 많다. 일상의 소모품이나 직접 다니며 구하기 힘든 것을 살 수 있다. 


 애들은 필요한 물건을 인터넷으로 자주 산다. 


 나는 아니다.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적당량 사는 게 훨씬 편하다. 많이 사놓고 쟁여놓는 건 이상하게 갑갑하다. 과일이나 야채는 집 앞에 있는 시장에서 조금 산다. 지금은 여름이라 많이 사면 상하기 쉽다. 


 여름이라 더위에 지치고 뭔가를 사러 가는 게 귀찮았다. 그기다 마침 애들이 바지나 티를 구매했는데 괜찮아 보였다. 여름 샌들을 사야 하는데 큰 마트나 쇼핑몰에 가기가 번거로웠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디자인과 가격이 적당한 물건을 골랐다. 볼을 넓혀 준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최대한 볼을 넓혀 달라고 하며 구매했다.


 보통 결제하고 며칠 후면 물건이 온다. 물건 대신 문자가 왔다. 제작하고 있어서 며칠 걸린다는 문자였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신발이 왔다. 겉 박스엔 내가 원하는 사이즈였다. 그러나 신발엔 한 치수 적은 게 붙어 있었다. 즉 박스엔 240미리가 붙어 있었고 신발 뒷면엔 235가 붙어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지?’ 고개를 갸웃하며 신어 보았다. 작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때 반품을 하고 교환을 신청했어야 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교환을 잘 못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우선은 귀찮고, 다음으로 번거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피곤하다.

 

 문제의 오른발을 넣었다. 약간 뻑뻑하기는 했지만 괜찮은 것 같았다. 왼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발은 짝발이다. 왼발은 지극히 정상이다. 볼 넓이도 정상이다. 문제는 오른발이다. 오른발은 왼발보다 많이 작으면서 볼이 아주 넓다. 신발 사이즈는 왼발에 맞추고 볼이 넓고 넉넉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디자인이 내 결심을 흔들었다. ‘그래, 일단 신자. 볼을 넓혀 놨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나에게 최면을 건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신고 다녔다. 첫날은 괜찮았다. 오른발의 새끼발가락이 약간 걸리는 느낌이었지만 괜찮았다. 두 번째 날은 조금 힘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니 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졌다. 


 집에 와서 신발을 벗으니 샌들의 끈이 조인 부분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누구 탓을 해야 할까. 사이즈를 잘못 넣은 업체에 불만을 표시해야 할까, 반품하지 않은 내 탓을 해야 할까, 못생긴 내 발을 탓해야 할까.  


 발이 아프기 하루 전날, 내 타이어 역시 펑크가 나서 주저앉았다. 험하고 낯선 길을 조심성 없이 달려서 그런가? 아니면 그곳에 하필 뭔가가 있었던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 공기압 체크등이 켜졌다. 자동차 수리점까지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남편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리니 긴급을 부르라고 했다. 긴급은 빠르게 내 위치를 확인하고, 바람을 불어넣고, 구멍 난 곳을 메우며 해결해 주었다.  


 긴급을 부르면 자동차의 문제점을 해결 해 주듯 누가 내 발을 예쁘게 해 줄 수는 없을까. 


 발이 이상한 걸 안 순간, 넓은 볼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다. 그게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아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못생긴 내 발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다. 

 멋지고 예쁜 신발을 신을 수는 없었지만 물건에 대한 욕심이 과히 크지 않았기에 그럭저럭 살았다. 내 발에 맞는 신발을 고르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잠시 그 상황을 잊었다. 순간의 편리함을 노리다가 다시금 내 발에 대한 아픔을 느끼고 있다. 못생긴 내 발은 게으른 나를 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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