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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Oct 27. 2021

아줌마

 나는 아줌마다. 누가 봐도 아줌마다. 몸에 살집이 있고 편안 옷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아줌마다. 


 나는 언제부터 아줌마가 되었을까. 큰 애를 낳고 키우면서 아줌마가 되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택시를 타도 목적지까지 조용히 갔다. 혹, 택시기사가 내게 말을 시킬까 긴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나 스스로 허물어야 했다.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선 내가 그들에게 포용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택시를 타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길을 가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그들이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나섰다. 나도 모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싫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교류는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아줌마가 되었다. 그런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 알고 자신의 이익만 바라는 깍쟁이 아가씨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물건을 살 때 깍지 못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뭘 더 달라고 말하는 게 아직은 망설여 지지만 타인을 향한 내 시선은 너그러워졌다.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아줌마로 변하였다. 이제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되겠지.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세상이 주는 이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이름에 맞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과 무게가 주어지니까.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는 아줌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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