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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Oct 27. 2021

못 생긴 내 발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있다. 그것이 좋은 것일 때도 있고 나쁜 것일 때도 있다. 내게서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두려움이나 콤플렉스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당당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당당하게 보이려고 하고, 애써 괜찮은 척하는 때가 많다. 두렵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주고 가슴을 짝 펴니 두려움이 없어 보일 뿐이다. 


 나는 콤플렉스가 아주 많다. 예쁘지 않은 외모, 작은 키, 날씬하지 않은 몸매 등 자신 없는 부분이 많지만 그중에서 발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하다. 


 내 발은 유독 못생겼다. 발 크기는 보통인데 볼이 넓고 짝발이다. 오른쪽 발과 왼쪽 발의 크기가 2센티미터 차이가 난다. 발은 움푹하게 파여 있어서 걷기에는 아주 좋다. 어찌 보면 기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못생긴 내 발을 보고 친구들이


 “야, 니 발은 왜 그렇게 생겼어?” 

 하면 대판 싸움이 난다. 


 초등학교 때 동네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다가 한 친구가 내 발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하는 바람에 심하게 싸웠다. 그 친구와 오랫동안 얘기를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내가 받은 상처는 아프고 컸다. 못 생긴 내 발을 보통의 발로 돌려놓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못생긴 내 발을 평범한 발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중국 사람들이 하는 전족처럼 끈으로 넓은 볼을 꽁꽁 묶어 다녀 봤다. 끈으로 묶어보니 넓은 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씬한 발 모양으로 변했다. 만족스러웠다. ‘잘하면 내 발도 예뻐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끈으로 묶어 놓으니 발은 아프고 간지러웠다. 참았다. 예뻐지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면서 발이 너무 간지럽고 아팠다. 끈을 풀어보니 내 발은 알록달록한 모양으로 변했고 끈의 상처가 선명했다. 약을 바르고 오랫동안 마사지를 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원위치였다.  


 내 발은 작으면서 볼이 넓고 서로 짝짝이다. 그나마 왼발은 오른쪽 발보다 조금 낫다. 오른쪽 발이 유독 못생겼다. 신발을 살 때 오른쪽 발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오른쪽 발이 들어가야 신발을 살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예쁜 신발은 신기가 힘들었다. 

 예쁜 신발에 대한 갈망은 여전했다. 명절이 되면 다른 친구들처럼 예쁜 꼬까신을 신어보고 싶었다. 하도 소원이라 엄마가 사 주셨지만 몇 번 신어보지 못했다. 꼬까신은 고무신이라 발에 착 달라붙어야 하는데 볼이 넓은 내 발은 그게 되지 않아 자꾸 벗겨졌다. 


 대학에 다니면서 친구들은 예쁜 구두를 신고 다니는데 나는 구둣가게에서 사서 신으면 헐렁헐렁 불편했다. 결국 비싸고 디자인은 볼품없지만 맞추어서 신어야 했다. 그것도 어쩌다 몇 번이지 계속 주문해서 신기엔 무리였다. 제일 만만한 게 운동화였다. 끈으로 조이면 되니까 멋은 없지만 편하고 활동적이었다. 멋은 부릴 수가 없었다. 하이힐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구두를 포기하고 운동화를 신으면서 예뻐지려는 내 발에 대한 노력은 접어야 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못 생긴 내 발을 받아들이고, 멋진 구두를 포기하면서 내 발에 대한 콤플렉스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사리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편을 처음 만난 날, 내 발을 보고 조금 놀랐다고 한다. 한여름이라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양말을 신지 않았고 발톱무좀까지 보였다고 한다. 소개를 받아 나오는 자리인데, 양말을 신고 나오는 건 기본적인 예의 아닌가 하는 의아스러움과 당혹감이 들었단다. 못생긴 발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행위가 놀라워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단다. 


 더위를 많이 타고 양말이 갑갑해서 여름만 되면 맨발에 샌들을 신고 다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발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편도 너무 뻔뻔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그냥 받아들였단다. 


 내 발은 못생겼지만 살아가는 데 불편은 없다. 오목하니 들어간 발 때문에 걷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걸어도 힘들지 않다. 운동화나 샌들은 짝발이라도 신을 수 있으니 문제없다. 가끔 남편이나 애들은 못생기고 이상하게 생긴 내 발을 보고 뭐라고 하지만 나는 괜찮다. 그냥 내 발이니까. 


 많은 콤플렉스 중에 못 생긴 내 발에 대한 콤플렉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을 잡고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 봐야 안 되니 그냥 받아들였다. 사실 사람들은 내 발에 관심이 없다. 내가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제는 내 발을 미워하지 않는다. 많이 걸어도 힘들지 않은 내 발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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