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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r 29. 2022

급한 성격

매사에 만만디 한 약을 먹고 싶다.

 “니는 뭔가 하나 꽂히면 사람을 달달 볶아.”


 남편이 내게 한 말이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빨리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내 마음과는 달리 남편은 급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꾸 다그치게 된다. 빨리 해 달라고 요구한다. 결국 남편은 내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야 한다. 

 나는 빨리하지 않는 남편이 답답하여 계속 말을 하게 되고, 남편은 그냥 두면 언젠가 할 텐데 자꾸 성가시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오늘은 버럭 화를 냈다. 큰 애가 사용하던 의자를 마당에 내놓았는데 남편이 사무실에 가져간다고 했다. 의자에 비닐을 씌워 두었지만, 날이 흐려서 걱정되었다. 한쪽에 치워 두었지만, 자꾸 걸린다. 트럭을 가지고 와서 그냥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 카톡으로 말했다. 알아서 한다는 대답이 왔다. 그냥 퇴근하면서 트럭을 가지고 오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화를 냈다. 트럭은 회사 것이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알아서 시간이 나면 의자를 가져갈 것이니 그만하라고 하면서 소리를 치는 데, 그 소리에 놀라고 눈물까지 났다. 

 그깟 일로 화를 내는 남편이 나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왜 화를 내냐고 했더니


 “니는 매번 그러잖아. 하나에 꽂혀 있으면 그걸 할 때까지 사람을 가만두지 않잖아. 어디에 갈 때도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데 혼자 다 했다고 문을 나서잖아.” 


 맞는 말이긴 하다. 너무 급한 내 성격이 문제다. 급하게 서두르는 게 좋은 건 아니다. 자신만 급한 게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건 문제다. 

 내 입장에서 보면 깨끗해야 하고, 없는 건 없어야 하고, 해야 할 것은 빨리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급할 게 없이 질질 시간만 끄는 남편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다. 


 매사에 우리는 안 맞다. 안 맞는 건 많다. 아주 많다. 나는 더위를 타고 남편은 추위를 탄다. 나는 창문을 열고 싶어 하면 남편은 꽁꽁 닫아 놓고 싶어 한다. 뭐든 해결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미루는 게 남편이다. 

 

 남편이 나에게 하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고쳐야 한다. 내 급한 성격으로 인해 식구들이 피해를 보는 건 좋지 않으니까. 


 아직도 의자는 한쪽 구석에 나를 보며 앉아 있다. 애써 못 본 척한다. 그냥 그 자리가 원래 자기 자리인 양 여겨야 한다. 내 관심과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의자는 잊고 살아야 한다. 누군가 말을 하지 않았는가. 로또처럼 서로 안 맞지만, 서로 다르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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