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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Aug 06. 2022

먹는 속도

각각의 속도

 사람들마다 걷는 속도가 다르듯 먹는 속도 역시 다르다. 나는 빠르게 걷는 편이다. 그러나 먹는 건 빠르게 먹지 못한다. 빨리 먹지 못하는 게 아니라 느리다. 내가 밥을 먹는 속도가 느리다는 걸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도시락을 싸 갔는데 그때는 점심과 저녁까지 준비해야 했다. 나는 도시락 두 개와 반찬통 세 개를 싸 다녔다. 밥을 하도 천천히 먹으니 친구들이 내 반찬을 다 먹어버려서 하나 더 준비해야 했다. 매일 도시락 반찬을 준비해 주었던 엄마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나도 아닌 세 개를 준비해야 했으니까. 그때는 엄마의 수고를 몰랐고 엄마 역시 나를 생각해서 잔소리 없이 준비해 주었다. 엄마의 수고로움을 제외하면 느리게 먹어도 큰 지장은 없었다. 


 문제는 대학에 갔을 때 생겼다. 선배들과 함께 식당에서 단체로 라면을 먹는데 모두 문제없이 후딱 먹었다. 나는 뜨거운 것을 잘 못 먹고, 뭐든 천천히 먹으니 힘들었다. 뜨거운 라면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먹기는 쉬운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히 차이가 나니까 이상하게 눈치가 보였다. 비슷한 속도로 맞추어 보려고 집에서 연습을 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유난히 느리게 먹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듯 나 역시 빠르게 먹는 그들이 낯설고 이상하게 보였다.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아도 되었다. 내 속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되었다. 적게 먹으면서 보조를 맞추려고 하는 사이 나 역시 선배가 되었으니까. 

  

 새삼스레 먹는 속도를 가지고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최근 둘째가 군대를 가게 되면서이다. 아들이 입대를 하고, 수료식이 되어 만났다. 수료식을 하고 펜션에서 고기를 먹으며 군대 생활에 대해 듣고 있는데, 아들이 그랬다.

 “훈련소에서 밥을 먹으러 갈 때 생활소 동료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거든. 내가 하도 늦게 먹으니까 어떤 형이 밤톨이 왔어?라고 묻더라고. 그렇다고 하니까 밤톨이가 왔으면 다 모인 거야.라고 말해서 한바탕 웃었어. 내가 워낙 천천히 먹으니까.”

 둘째의 말을 들은 큰아들도 동의했다. 자신도 친구들 중에서 늦게 먹는다고. 

 평상시 밥을 먹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아. 우리 식구들이 느리게 먹는구나. 나만 느린 게 아니었구나. 느리게 밥을 먹는 아들을 놀리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는 훈련소 동료들이 고마웠다. 군 생활 중에서 훈련소는 몸이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한다. 지금은 후방교육을 받고 있다. 후방교육이 끝나면 자대배치를 받아서 생활할 것이다.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에도 문제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나의 밤톨이가 1년 6개월이라는 군 생활을 무사히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가 남과 다르듯 남도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일이 없지 않을까.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주고 있는지 주위를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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