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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Sep 01. 2024

철학관에 가 봤다.


어제는 8월 31일. 하루가 바빴다. 오전에 철학관에 다녀오고, 오후엔 시댁 조카의 돌잔치에 갔다. 진주에서 양산까지 가는 길은 조금 막혔지만 오는 길은 괜찮았다.      


오래전부터 작은 아들은 철학관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모임에서 언니 둘이 가 봤던 철학원 얘기를 했고, 고민이 속 시원하게 해결되었다는 말에 이름을 적어 두었다. 


오전 11시에 예약을 하고 갔었다. 


남편은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며 잘 될지 여부를 물었다. 2년간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닌데 그 기간을 버틸 힘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이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당신은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보통 예술가 사주는 타고납니다. 큰돈을 바라지 않는다면 일을 하면서 …, 열심히 일을 하세요.”


 그 사람이 말하는 나는 완전 이성적인 사람이라 감성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건 아니다. 내가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데……. 자꾸 화가 났다. 아마 내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기에 더 그러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면서 생각했다. 


그 사람의 말에 내가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나는 격려와 확신을 받고 싶어서 간 건데 그걸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것이다. 안 된다고 해도 할 것이다. 


"열심히 하면 빛을 볼 겁니다."라고 했으면 신이 나서 했겠지만 부정적으로 말해도 나는 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8월 30일 오전에 남강변에서 걸으며 찍은 사진. 9월부터는 해처럼 찬란한 일들이 많기를~



아들 둘에 대해 물어보니 둘 다 취업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20대 후반이 되어야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는 말이었다. 작은 아들은 다녀오더니 그냥 그렇다고 했다. 


 철학관이 아닌 신을 모시는 곳에서 점을 본 적은 여러 번 있다. 두 곳은 여러 가지로 달랐다. 생년월일을 넣는 건 같았다. 점집은 사주를 넣으면 전체적인 상황을 말해 준다. 내가 묻지 않은 게 툭 나오기도 했다. 


 철학관은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만 해 준다. 생년월일을 넣으니 컴퓨터로 자료를 출력하여 설명을 했다. 한자로 된 음양오행이 나왔다. 


 점집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말해주기도 했다. 문서운이 생길 것 같다느니,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느니. 그러나 철학관에서는 그런 말은 없었다. 딱 우리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답을 들었는데 마치고 나니 30분 정도 걸렸다.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기는 한데 뭔가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기에 건더기와 찌꺼기가 남은 느낌이었다. 


 철학관에 가서 얻는 건 뭔가. 남편의 궁금증 해결과 작은 아들의 호기심 해결. 셋 중에 두 개는 해결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하나. 그 집에 또 가고 싶냐고 물으면 아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차라리 용하다는 점집에 돈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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