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어서 나아라.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거의 12시를 넘기는데 어제는 10시경 들어왔다.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왔을까. 놀라고 반가워서 물었다.
몸살이 오는 모양이야. 온몸이 아프고 열도 나고 그래.
언제부터 그런데?
오후부터 그런 것 같아. 약 사 왔으니까 저녁 먹고 먹을게.
밥에다가 계란 프라이 넣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어서 비벼 주었다. 한 그릇 뚝딱 먹었다. 입맛은 아직 괜찮은 모양이다. 약을 먹고 눕는 걸 보고 나도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 8시경, 아들은 일어나서 몸이 뜨겁다고 했다. 간단하게 먹이고 약을 먹였다. 찬물수건을 머리에 올려주고 걱정스레 지켜보았다.
병원 가야 하지 않을까.
일단 좀 더 있어보고.
점심을 조금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몸살에는 역시 잠이 보약이다. 나도 아프면 약 먹고 내리 잠만 자게 된다. 약 기운 때문일 수도 있다. 기침이나 콧물은 없다. 점심 때는 아침보다 나아졌다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단다.
작은 아들은 형의 증상을 보더니,
감기몸살 가지고 뭔 병원이야. 그냥 쉬면 되지.
쿨 한 척한다. 아파서 잠 속에 빠진 아들을 보니 마음이 힘들다.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은 성격이나 외모,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다르다. 아프거나 다치는 양상도 달랐다.
큰아들은 활동적인데 비해 매사 조심스럽다. 놀다가 발을 다쳐 반깁스를 한 적은 많았다. 그건 다친 축에 넣지 않는다. 자잘하게 다치는 것 빼고 나면 큰아들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딱 두 번이다. 한 번은 세 살 때 폐렴증상이 있다고 해서 일주일 있었고, 중학교 3학년 때 뇌수막염 증상이 있다고 해서 마찬가지로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있었다.
작은 아들은 아파서 병원에 가기보다 사고로 간 적이 더 많다. 서너 살 때 목욕탕에 갔다가 발판에 미끄러지면서 머리가 다쳐서 놀라 병원에 가서 몇 바늘 기웠다. 그날은 이상하게 목욕을 하면서 짜증이 심하게 났었다. 결국 사고로 이어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한 번은 다섯 살 정도 되었을 무렵, 놀다가 다쳤다는 연락이 왔다. 소아과를 데리고 가니 큰 병원을 가 보라고 했다. 그때부터 정신이 까마득해지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종합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사고경위를 설명하는데 전신마취를 해서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는 말에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아니, 아이가 토하거나 다른 증상이 없는데 굳이 전신마취를 해야 하나요? 아직 어린데. 그랬더니 한참 후 그냥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외과에서 다친 부위를 쓱쓱 처치해 주는 게 다였다. 며칠 경과를 지켜보라고 했지만 다행히 괜찮았다. 마지막 한 번은 역시 목욕탕이었다. 세 명이(남편과 두 아들) 목욕탕에 갔는데 작은놈이 보란 듯이 목욕탕으로 다이빙을 해 버린 것이다. 머리에서 피가 나고 병원으로 급히 가서 치료받는 중에 전화가 왔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병원으로 가는 20분이 아득했다. 다행히 조금 찢어진 정도였다. 이렇게 작은놈은 철렁철렁 심장을 뛰게 한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긴다. 가만 돌아보니 아이들 때문에 그리 힘들거나 어려웠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큰 문제없이 잘 지내왔음에 감사하다.
큰아들에게는 아직 남은 숙제가 있다.
군대.
작은 아들은 다녀왔지만 큰 놈은 아직 가지 않았다. 아마 올해 가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비하면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사건 사고들이 자잘하게 발생하니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군대 문제는 모든 부모들의 걱정일 것이다. 언제쯤 되면 자율로 군대를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아픈 아들을 보며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