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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보낸 시간

by 정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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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

“지금이 약초 캐기 좋은 때인데 일요일을 돌아가면서 엄마를 봐주었으면 하는데 의논 좀 해 볼래?”


단톡방에 아버지의 요청사항을 올렸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 4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엄마를 돌봐 드려야 하는데 가능한 사람들 먼저 손을 들어줘.


다음 주말엔 여동생이, 그다음 주엔 큰 남동생이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주인 오늘이었다.

막내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해서 내가 가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가 드시는 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버지는 떠났다.

아버지가 떠나고 나는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았다. 엄마 소변기를 씻고 화장실도 청소했다. 요양사가 와서 청소를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청소를 할 동안 엄마는 주무셨다. 11시 20분쯤 일어났다. 뭐 드시고 싶으냐고 하니 지난번에 먹은 짬뽕이 아주 맛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면은 안 된다. 엄마는 맛있게 먹었지만 곧 토했으니까. 면은 안 되니 다른 건 없냐고 하니 딱히 없단다.

궁리를 하다가 동태탕을 시켰다.

음식이 오고 엄마는 내 예상보다 잘 드셨다. 밥 반공기를 먹고 잘 먹었다며 입을 닦았다.

입에 맞아서 다행이었다. 소화를 시켜야 하니 의자에 앉아 계시라고 하고 설거지를 했다.

한참 후 엄마는 보조기를 끼고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을 거실과 주방으로 다녔다.

텔레비전을 조금 보다가 다시 누웠다.

2시 30분에 누웠고 코를 골며 주무셨다.


아버지는 3시가 조금 넘자 오셨다. 그렇게 엄마와 보낸 시간이 흘러갔다.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분명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나 내 기억에 남는 얘기가 없다.

엄마는 어릴 적 살았던 고향 얘기를 했다.

그건 내가 모르는 부분이다. 나는 그냥 맞장구만 쳐 주었다.


엄마의 몸은 여기 있지만 기억은 아주 어릴 적 살았던 그곳에 가 있는 시간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를 못 알아본다든지 엉뚱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들리는 부분도 약해진 것 같다. 크게 말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 두 번 정도 말을 하면 아 하며 이해한다. 우리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엄마가 말하고 내가 대답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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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에 있는 선인장에서 꽃이 활짝 피었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고 잘 키웠다.

베란다에 있는 다육이와 예쁜 꽃을 피운 선인장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 꽃은 매년 새로 피지만 우리 엄마는 조금씩 지고 있구나.

엄마의 꽃은 언제가 가장 아름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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