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쭉만 있는 게 아니라 각가지 이름 모를 꽃들이 ~~~.
"얘는 이름이 뭐야?"
"나도 모르지."
"와~ 노란색의 얘는 향이 장난 아니다."
"이 나무는 위를 보는 게 아니라 아래로 향하네. 이게 뭔 나무지? 꽃도 아래로 향하고 있네. 신기하네."
얼마 전부터 남편은 황매산 철쭉제에 가고 싶다고 했다.
검색을 해 보니 황매산 철쭉제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였다.
붉은색으로 곱게 물드는 철쭉은 야트막하면서 산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절경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기를 피하며 가다 보니 철쭉이 만개한 때를 보긴 쉽지 않다.
오늘은 5월 2일이고 금요일이니 축제 기간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을 것 같아 출발했다.
도착하니 벌써 12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그 사이 축제객들을 맞이하는 곳은 많이 변해 있었다.
동네 초입에는 안내하는 요원이 있었고, 그는 들어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일방통행으로 된 길이었고 넓고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다.
차를 세우고 보니 여러 가지 조형물과 시설들이 새로 생겼다.
원래 황매산 입구엔 여러 개의 식당들이 있었는데 없어지고 3층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1층엔 식당과 분식집이 있었고, 2층엔 카페가 있었고, 3층엔 주차장으로 연결되게 만들어져 있었다.
건물 옆으로 행사장 텐트들이 고깔 모양을 하고 즐비해 있었다.
한쪽엔 여러 가지 체험 부스가 다른 한쪽엔 부녀회에서 하는 먹거리 식당이 있었다.
가격은 일반 음식점과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었다.
남편과 나는 해물부침개와 국밥, 국수, 막걸리를 먹었다.
황매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막걸리는 시원하면서 달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한 잔만 먹었다.
부른 배를 안고 오르막을 오르니 걸음이 제대로 가지 않았다.
가다 쉬다 가다 쉬다를 반복했고 철쭉과 산새를 구경하느라 쉬엄쉬엄 갔다.
사람들은 있었지만 많지 않아서 좋았다.
바람은 제법 세게 불었다.
철쭉은 이제 피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활짝 핀 모습은 아니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지만 차가운 지리산 바람으로 꽃을 피우기 힘든 모양이다.
정상에 서서 올라온 쪽을 바라보면 산청이고 반대쪽을 보면 합천이다.
두 곳에서 황매산 철쭉제를 동시에 열고 있다.
산청에서 올라가서 합천으로 내려가도 되고, 합천에서 출발하여 산청으로 내려가도 된다.
황매산은 큰 나무들이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민둥산처럼 보인다.
황매산은 철쭉과 억새풀로 유명하다.
억새는 바람에 나무 끼는 모습이 일품이지만 이번에 산불이 나는 바람에 이곳의 억새는 다 베어지고 없었다.
철쭉을 구경하며 이곳에 온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가족이 많았고, 아주머니들은 세 명이 주를 이루었고, 아저씨들끼리 온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 우리 앞에는 여성 두 명이 손을 꼭 잡고 다정히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외국어 공부를 시키면 나중에 수월하게 배운다는 말도 했고, 요즘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은 각별한 친구로 보였다.
모든 산이 그렇지만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훨씬 수월하다.
내려올 때는 바람을 느끼며, 아래로 내려다보는 기분을 느끼며, 꽃들의 향기를 느끼느라
언제 왔는지 모를 정도로 쉽게 내려왔다.
오랜만에 보는 황매산의 철쭉, 눈에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