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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부러워할 줄이야.

by 정상이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옆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집고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내가 다리에 힘이 없어서 이렇게 걷는 연습을 하고 있네.” 하면서 웃으신다.

어르신은 골목길을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의 모습이 멋쩍으셨나 보다.

나도 따라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어르신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데요.”였다. 진정 그분이 부러웠다.


울 엄마는 집 밖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걷기 힘든 상황이다.

집 안에서도 보조기를 잡고 걸으신다.


길을 가다가 보는 사람들 중에 단지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들이 부럽다.

울 엄마도 누구 못지않게 잘 걸으셨고, 운동을 좋아했던 분이었다.

엄마가 밖으로 잘 나오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마 그때 고관절을 다치지 않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그날로 돌아가면 밖으로 외출하려는 부모님을 말려 무사할 수 있을까.


시간을 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현재 엄마의 모습은 그때 그 사고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엄마의 뼈가 약해져 있어서 그때가 아니라 다른 경우에 또 다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심하면 안 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탓해본다.


특히 며칠 전에 있었던 어버이날엔 나도 모르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 밖에서 식사하는 건 힘들다.

꽃바구니를 드리고, 용돈을 드리고 왔지만 뭔가 하지 못한 찜찜함이 남아 있고, 아쉬움이 자꾸 남았다.


어르신들을 보면 자꾸 엄마의 현재 모습과 겹쳐진다.

우리 엄마는 예전에는 저랬는데,

예전에는 노래자랑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상을 받았는데.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이번에 상금으로 얼마 받았다고 자랑도 했었다.


나도 나이가 들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는데 감기가 오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무리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누가 그랬지.

정신과 육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몸은 괜찮은데 정신이 힘들면 몸에 영향을 끼친다.

육체가 아프면 정신이 힘들다.

둘을 조화롭게 잘 다스려야 한다.


세상은 우리를 가만 두지 않는다.

고민하게 만들고, 신경을 쓰게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육체가 닳아진다는 뜻이다.

정신과 육체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건강하게 늙고, 건강하게 죽는 삶을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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