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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일은 생긴다.

- 목적만 이루고 지나가면 좋을 텐데~~~.

by 정상이

SmartSelect_20250413_162235_Samsung Internet.jpg 인터넷에서 가져 온 이미지



어제는 시댁 제사였다.

아주버님은 합천에 살고 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우리는 합천으로 간다.

예전에는 함께 모여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각자 준비해서 당일 합쳐서 지낸다.


내 담당은 튀김이다. 이것 역시 지금은 튀김을 만들기보다 몇 가지 사서 간다. 모두 합의된 사항이다.

손위 동서는 나 보다 할 일이 많다. 생선을 구워야 하고, 탕국과 나물을 만들고 각종 과일을 사야 한다.

세 번의 제사에서 한 번으로 줄여서 그나마 그 수고로움이 덜하다.


시누가 네 명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두 분만 온다.

어제저녁 5시에 출발하여 6시에 도착했다.

남편과 작은 아들이 함께 했다. 큰 아들은 다른 일이 있어서 함께 가지 못했다.

아주버님 댁에 도착하니 둘째와 막내 시누 부부가 와 있었다.

저녁으로 향어회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동서가 이상한 말을 했다.

“오늘이 마지막 제사가 될 겁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싸해졌다.

“며칠 전에 저 사람이 술을 많이 먹고 저한테 이혼을 하자고 하데예.”

“아니 뭐 살다 보면 이혼도 나오고 별 얘기 다 나오잖아..”

시누가 별거 아니라는듯이 말하며 지나가려 했지만 동서는 아주버님이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되짚으며 소주를 마셨다. 아주버님에게

“니는 왜 그런 말을 해서 이런 일이 생기게 하노.”

다들 동서를 위로하고 아주버님을 나무라는 말을 했다.


두 분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동서가 하는 식당에 아주버님이 퇴직을 하면서 도와주는 게 맞는 말이다. 식당을 시작한 지 6년 정도 된다. 동서는 손이 빠르고 행동 역시 빠르다.

그에 비해 아주버님은 아주 많이 느리다. 약속 시간을 지키려면 동서가 몇 시간 전부터 닦달을 해야 될 정도였다고 길게 하소연했었다. 식당에서도 느린 행동은 여전하다. 그건 어쩌면 타고난 것이라 고치기 힘들 수도 있다.

아주버님은 퇴직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2년을 조용히 지내셨다. 그러더니 심심하다고 조금씩 도와 드렸는데, 화닥 화닥 하는 동서와 그러거나 말거나 천천히 하는 아주버님은 서로가 힘든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아주버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순서를 챙겼지만 그게 동서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참다 참다 화가 나서 술을 먹은 김에 이혼이라는 말까지 나온 모양이다.


그럴 수는 있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두 사람의 문제를 왜 제사 때 푸느냐는 것이다.

두 사람이 문제가 생겼으면 두 사람이 풀든지 말든지 해야지 굳이 제사 때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어야 하냐고.

또 자신들이 싸웠다는 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어찌 되었던 제사를 끝내고, 밥을 비벼 먹고, 설거지를 하고 돌아오는데 속이 답답했다.

체한 모양이었다. 목도 이상했다. 침을 삼키면 목이 아팠다. 생선을 먹으며 가시가 목 언저리에 걸린 모양이었다. 속은 더부룩하니 답답하고 목은 아프고. 힘들었다.


가시가 목에 걸려 힘든 적은 없는데… 어찌해야 할까. 검색을 해 보니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입을 자주 헹구라고 한다. 그래도 아프면 병원에 가란다.


일 년에 세 번을 지내던 제사를 한 번으로 합쳐서 다행이기는 한데, 이런 식으로 자꾸 일이 생기면 그 한 번도 버거워지고 무거워진다.


동서는 알고 있을까. 제사 때 자신의 화를 표출하고 아주버님과의 관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시누이는 모두 자신의 동생 편이라는 것을.

겉으로는 물론 동서를 위로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이다.

타인에게 바랄 수 있는 건 뭘까.

그게 그냥 위로뿐이었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다음 번 제사는 과연 그대로 진행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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