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날이 더울 때 신경이 예민해지고, 트러블이 생기면 쉽게 폭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월요일, 오후 2시 30분쯤에 걸려 온 전화, 이 전화로 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저녁 시간에 남편에게 꺼내었더니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이었다.
내 마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오랜만에 알코올을 생각했다.
안주로 계란으로 하기로 하고, 냄비에 계란 4개를 넣고 삶았다.
그리곤 지난번에 먹고 남은 위스키에 얼음을 넣고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제법 흘렀고, 생각 없이 부엌문을 여니 헐~ 이럴 수가, 연기가 가득이었다.
이게 뭐지?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얼른 가스불을 껐다.
냄비는 까맣게 땄고, 계란은 처참하게 변해 있었다.
서둘러 환기를 시켰다.
냄비에 불을 올리 때에는 분명 10분 후에 꺼야지 했었다.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가 냄비를 태워 먹었다.
탄 냄새와 계란 냄새는 잘 빠지지 않았다.
그때마다 내가 뭘 했는지 떠올리게 했다.
수요일, 점심을 먹고 큰 아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물었다.
큰 아들은 벌써 스물 하고 다섯이 되었다.
우리랑 약속한 시점이 원래는 올 초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을 흡족하게 하고 싶고 목표로 하는 게 있어서 그 시점을 올 초로 약속하고, 그걸 하지 못하면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었다.
목표로 했던 걸 이루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올 초에서 6월까지 기다려주었으니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전환 시점을 물으니 버럭 화를 내며 너무 자신을 조인다고 했다.
나중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아들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며 우리는 생각했다.
우리가 너무 풀어 준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으며, 아들은 제대로 가고 있나.
목요일은 남편과 병원에 갔다. 어깨가 좋지 않아 MRI를 찍었는데 일주일 후 다시 병원에 가니 뇌하수체 종양이 의심된다며 소견서를 써 주었고,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갔다.
의사는 찍은 MRI를 보더니 커지긴 했단다.
보통 사람은 1센티 이하인데 남편은 2센티가 넘었단다.
그러면서 제대로 찍은 게 아니어서 자세하게 볼 수가 없단다.
피검사와 MRI검사 예약을 해 놓고 돌아와야 했다.
병이 생기면 우리는 불안하다.
불안을 잠재울 방법은 딱히 없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수밖에.
짧은 장마, 뜨거운 햇살.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상상한다.
비가 온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었으면 한다.
비를 내려 달라고 하늘에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