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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날, 기억할

-하루 동안 일어난 일

by 정상이

내가 생각하는 나는, 즉흥적이지 않는 사람이다.

계획을 세우고 지내고 있으니까.

물건도 마찬가지이다.

마트에 갈 때 시장을 볼 목록을 작성하여 필요한 것만 산다. 물론 추가로 사게 되는 건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필요한 물품만 사는 편이다.


지금 사용하는 세탁기는 이제 겨우 7년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상했다.

세탁기 내부엔 문제가 없는데 탈수하면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고, 조금 후엔 다시 헹굼을 더 했다.

수평이 맞지 않는 가 해서 다시 맞췄다. 며칠 괜찮다가 다시 반복되었다.

같은 증상을 검색해 보니 있었다. 그 사람은 두 번이나 기사를 불렀지만 문제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 세탁기는 이곳으로 이사 올 때 저렴하게 산 물건이었다.

며칠 고민하다 시간이 생겨서 하이마트로 갔다.

너무 비싸지 않고, 튼튼한 세탁기를 생각했다.

세탁기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프로모션을 하고 있어서 가격 할인을 많이 받으며 살 수 있는 게 있었다. 세탁기만 보다가 건조기까지 보게 되었다. 세탁과 건조를 한꺼번에 하는 콤보와 두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도 있었다. 우리 집 상황을 고려하면 콤보가 나을 것 같았다.

결국 세탁기 사려고 갔다가 건조기까지 구입하게 되었다.

내 결정이 옳은 건지 잠시 멍해졌다.

그렇게 일은 저질러졌다.


2시간의 시간을 하이마트에서 보내고 전주로 출발했다. 정지아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인문의 숲에서 진행하는 행사였다. 주제는 "삶이 소설이 되기까지"였다.

이미 나는 정지아 작가의 책 대부분을 읽었고,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감탄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가 이상했다.

차를 달래며 고속도로로 진입했는데 속도가 30킬로에서 나가지를 않았다.

결국 긴급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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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마이산 휴게소까지 가려고 했지만 곰티터널 앞에서 차를 세워 견인차를 기다렸다.

전주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시 돌아가서 자고, 내일 정비를 할 예정이었다.

"하이고, 지금 여기서 전주까지 가도 견인비 15만 원이고, 진주까지 가면 25만 원이니까 잘 생각하슈."

낯선 곳 보다 내가 아는 곳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여 25만 원이 날아갔다.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차 수리비는 24만 원이 나왔다. 점화플러그와 호일, 엔진오일 갈고, 에어컨 필터, 벨트 등 몇 가지 자잘한 부분까지 갈았다.


8월 21일 목요일은 큰돈이 나가고, 오매불망 작가를 만나고, 차가 고속도로에서 견인되어 거금이 날아갔다.

세탁기에 쓴 돈이 훨씬 큰데 현금이 아니니까 이상하게 25만 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곰티터널은 아마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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