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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합격

- 남편의 주경야독

by 정상이
1757768068235.jpg 축하케이크와 브이 하는 손

몇 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자격증을 준비한 기간이 정확히 얼만큼인지 밝히지는 않겠다.

본인이 꺼려하니까.

하지만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처음 1급 기사 자격증을 딸 것이라고 하면서 시작한 날이 생각난다.

교재를 사고, 기출문제를 풀고, 접수를 하고, 첫 시험을 보러 가던 날, 남편은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마 바로 합~격할 거야. 기다려. 내 보여주지.”


시험을 보고 오더니 씩 웃기만 했다. 아침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을까?

당연한 결과였다.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공부하는 시간 역시 조금씩 늘어갔다.


이쯤이면 1차는 합격할 것 같은데 할 즈음, 밝은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2차가 이제 시작되었다. 2차는 필기이지만 주관식이기에 제대로 모르면 안 되었다.

남편은 퇴근 후에 바로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주말이 되면 당연히 도서관에 갔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해 보였다.


올 초에 2차를 보고 와서 왠지 합격할 것 같다고 했다.

며칠 지나자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문제를 체크해 보더니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결과는 불합격.

낙방의 술을 마셨다. 위로주를 주면서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는 격려를 보냈다.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좋은 점은, 술을 적게 먹는다는 것과 책상에 앉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남편의 기분은 오르락내리락했다. 우리도 함께 초조했다. 이제 합격이 되었으면 했다.

긴 인고의 시간과 노력의 시간이 지나고 며칠 전 12일에 결과가 날아왔다.

합격이었다.


남편은 아침에 단톡방에 자신의 합격을 알렸다. 그렇게 1급 기사가 되었다.


아직 자격증 시험이 하나 남아있다. 2종소형(오토바이) 자격증.

애들은 금방 따는 걸 남편은 지금 다섯 번 떨어졌다.

두 아들과 드렁드렁 하면서 강변으로 쭉 드라이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많아지니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그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도전하는 남편이 멋있다. 물론 돈은 아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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