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3일부터 12일인 오늘까지 연휴를 쇠어보니 10일이다. 꽤 긴 날이다.
추석이 되기 전의 며칠간은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이번 추석엔 차례를 지내지 않았지만 아주버님의 가족과 만날 것을 정해야 했는데 통화가 어려웠고, 제대로 말을 해 주지 않아 머리가 조금 복잡했다. 결론은 이번 추석엔 각자 알아서 지내는 것으로 했지만 씁쓸함은 남아 있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내 의견을 물어보면 되는 일을 왜 그런 식으로 하여 사람을 힘들게 했는지…….
추석 다음날 남편과 여행을 떠났다.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보은 법주사와 정일품송을 봤다. 법주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팔상전이었다. 팔상전은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구분하여 그린 팔상도를 모시고 있는 5층 목조탑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목조탑으로 건축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다른 건물과 다르게 보였다. 색이 바래져 있었고 낡았지만 기품이 느껴졌다. 오래되고 손을 대지 않았기에 느껴지는 묵직함이나 은은함이 있었다. 팔상전에 들어가니 여덟 개의 그림을 보기 위해 돌아야 했다. 합주를 하고 돌면서 내 마음이 잔잔해지기를 기도했다.
다음날은 아산에 있는 큰 시누이 집에 갔다. 뵌 지 오래되어 찾아간다는 전화를 명절에 했었다.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어서 겸사겸사 간 것인데 건강해 보여 다행이었다. 팔순인 시누이는 우리에게 용돈을 주었다.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성의를 받아들였다. 우리가 드린 작은 선물에 비해 너무 많이 받았다.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이제 명절마다 오자며 웃었다.
공주로 갔을 때에는 백제문화제를 하고 있었다. 공주박물관과 한옥마을이 좋았다. 무령왕과 개로왕에 대해 알게 되었고 무령왕릉에서 나온 많은 유물과 발굴과정을 보며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의 무덤이 공개되면서 너무 빠른 시간에 수습과정을 마쳤고, 방송을 타면서 제대로 된 발굴이 어려웠다. 지금 발굴이 되었다면 그때와는 다르게 처리되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복잡하거나 심란한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고, 남편이 나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결혼기념일 겸 여행이었는데 그 의미가 있었다. 함께 한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많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서로 위하는 마음이 계속되길 바란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라고. 돌아올 집이 있기에 떠날 수 있고, 떠날 수 있기에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