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좋은 게 하나도 없어.

by 정상이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기온이 내려갔다. 드디어 가을이 오는 모양이다. 신난다.

마당에 있는 작은 장미가 한 송이에서 네 송이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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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신청 한 교육이 종료되고, 바쁜 일들을 조금씩 정리하다가 갑자기 머리도 바꾸고 싶어졌다.

단골 미용실로 갔다.

지난 3월에 갔을 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길게 자리를 비웠다.

그렇게 길게 쉬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조금 의아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하고 다른 곳에서 파마를 했다.


거의 8개월 만에 간 것이다. 원장님은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서로 잘 지냈는지 물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3월에 길게 비워서 다른 곳에서 파마를 했다는 말을 했다.


“어디 해외여행 다녀오신 모앙이에요?”

“저예, 아니예. 요 앞에 있는 내과에 갔다가 우연찮게 갑상선암을 발견해서 수술하고 왔어예.”

“예? ……수술은 잘 되었어요?”

“예. 요즘 갑상선은 암에 넣지도 않잖아예.”

“성대 주변이라 아직 목소리가 약간 갈라지긴 해도 잘 되었는 것 같으네예.”

“다행입니다. 이번 참에 딸도 보고, 딸 덕도 봤겠네요.”

“맞아예. 딸이 서울에 있으니 좋기는 하데예.”


미용실에 머리 염색을 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던 두 분이 우리들의 얘기에 합세했다.


“수술은 좋은 곳에서 하는 게 맞지. 그라니까 다들 서울로 가는 기라.”

“맞아요. 수술 잘 못하면 엄청 고생합니다. 제 아는 분도 갑상선암이었는데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을 잘 못 할 정도로 힘들어해요. 기운이 없어서 뭘 할 수가 없답니다.”

“아이고, 그러게. 우째 나이가 들면 좋은 게 하나도 없어.”

“맞아예. 좋은 게 없심니더.”

“기력 떨어지지, 병 생기지, 뭐 좋은 게 있나.”


그 말에 동감을 하면서 서글퍼졌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게 없을까.

굳이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첫째, 성숙해지고 아이들이 성장한다.

둘째, 경험치가 쌓이고 지혜가 생긴다.

셋째, 삶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장점 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단점을 말하려고 하면 열 개도 더 말할 수 있으니까.


진시황은 영생하고 싶어서 불로장생을 찾으러 떠나보냈고, 외국의 유명한 사람은 젊어지고 싶어서 온갖 실험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늙지 않고 싶어서, 더 건강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이를 먹으면 몸의 세포들도 늙고 병이 생긴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병원에 가면 온 사람들의 80프로가 노인층이다.

붐비지 않는 병원이 없다.


아프지 않고 잘 늙었다가 잘 죽을 수는 없을까.

고민 중의 고민이다.


나이가 들면 병이 생기고, 병을 친구 삼아 함께 살아가야 한다.

잘 늙고 싶고, 잘 죽고 싶은 난제가 우리 앞에 남았다.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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