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49재

- 맑은 날이었다.

by 정상이

지난 9일에 엄마의 49재를 했다.

가까이 사천에 인연이 있는 절이 있었지만 어쩌다보니 멀리 경북 상주에 있는 작은 암자에서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그곳에서 하자고 하여 하는 것이었지만 너무 멀었다.

이모들도 함께 가야 하는데 장거리 운전은 못하겠다고 하여 12인승 차량을 렌트하고 동생들은 각자 출발하여 모였다.


49재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당일도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맑았다.

9시에 출발하여 12시가 못 되어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2시에 시작하여 4시에 끝났다.


엄마가 속세의 모든 시름을 잊고 좋은 곳에서 편히 잘 지내시라는 염불이 이어졌다.

징 소리와 북 소리, 스님의 경 읽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는 내 심장을 두드리는 듯 한동안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어디쯤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엄마는 무엇을 좋아했나.

감, 참외를 좋아했고, 노래 하는 걸 좋아했다.

젊은 시절 못다 이룬 가수의 꿈을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풀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족했을까.


다음 생이 있다면 엄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어떠한 구속이나 압박 없이 자유롭게 살면서 하고자 하는 걸 마음껏 해 보는 삶을 선택하지 않을까.


엄마가 돌아가시고 마지막 재를 지내면서 다 함께 모여 엄마를 생각했다.

12월의 달력을 살짝 넘겨 보았다.

어떤 행사가 있는지 봤다.

엄마의 생일이 표시되어 있었다.

엄마와 우리 4남매의 생일은 온통 겨울이다.

달력에 표시 된 생일을 보는 내 기분이 묘하다.

내년 달력에는 생일 대신 제사가 표시되겠네.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엄마와의 추억을 꺼집어 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1월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