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단, 즐겁고 싶다

- 축하하면서.

by 정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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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큰 아들, 사교적이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아들이다 보니 집에서 얼굴 보기 힘들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이브라 멀리 가고 없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더 신나게 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드디어 사회 초년생으로 취직을 하고 놀고 있으니 얼마나 기쁠까.


좋아하는 운동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했다.

처음엔 축구를, 다음엔 복싱을.


남편은 운동에 정신을 쏟고 있는 아들을 걱정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운동으로 엄청난 업적을 쌓지 않는 이상, 국가대표가 되지 않는 이상 어중이떠중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자신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갔으면 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게 공부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꿈이 많았다. 누구나 그러하듯 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정확한 꿈이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걸 찾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아직도 내가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그게 무엇이 되었던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큰 아들은 운동을 좋아했고 열심히 했다.

매달을 따긴 했지만 잘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이쯤에서 그만두었으면 했다. 그러자 아들은 말했다.


“나는 아직 내가 흡족할 만큼 하지 못했어.”


잘 하든 못 하든 자신이 만족할 만큼은 하고 싶다는 말에 고민이 되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보낼 수는 없잖아.”


그렇게 우리는 협상을 했다.

우리가 협상한 그 시점이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면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그게 올해 초였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다행히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차를 워낙 좋아하는 지라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하여 다시 새로운 길을 찾다가 취직을 하게 되었다.

오늘 면접을 보고 오더니 내년 1월 5일부터 출근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사회로 나아가는 첫 직장이다.

본인이 원해서 하는 일이지만 아직 해 보지 않았기에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

하다가 힘들어 그만둘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오늘은 웃으며 즐기고 싶다.

아들이 좋아하는 일이고, 찾은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며 성장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식으로 사회인이 된 아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몸으로 부딪치고, 배워야 하는 일이지만 잘하리라 생각한다.

힘든 건 또 그 나름으로 견디고 이겨낼 것이다.

좋은 기술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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