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깜짝깜짝 놀랄 일들은 제법 있다.
퇴근 후 택시를 타고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인데 하필 택시 기사가 초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말이 많다. 택시 기사는 젊은 사람이다. 매번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빨리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길을 잘 몰라서 그러니까 손님인 나에게 안내를 부탁한다.(그때는 내비게이션이 없었다.) 나도 길을 잘 모른다고 대답하면서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택시 기사는 자신의 얘기를 주저리 늘어놓는데 별로 듣고 싶지 않다. 20분이 지났을 즈음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왠지 무서워진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 처음이지만 이 길이 아닌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뭐라 할 수가 없다.
택시 기사는 친구네 집에 뭐 하러 가는 거냐며 묻는다. 나는 대충 말한다. 기사는 얘기를 하면서 자꾸 백미러로 나를 흘깃거리며 본다.
그때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왜 택시를 타려고 했을까. 이 기사는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건 아닐까. 그렇게 긴장의 순간이 지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조금 더 나왔다. 나는 내려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돈을 내고 얼른 내렸다.
그 이후로 가능하면 혼자서는 택시를 타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택시 기사를 생각하면 왠지 소름이 끼친다.
원래 내가 하려던 얘기는 아들에 대한 것이다.
둘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나를 놀라게 한 일도 다르다.
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반면 조심성이 많아서 사고를 내지는 않았다.
세 살 때 폐렴증상이 있어서 일주일 입원한 것과 중학교 3학년 때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며 일주일 입원 한 게 전부이다. 나머지는 자잘한 부상 정도이다.
반면 작은 아들은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조심성이 부족해서인지 사고를 쳐서 나를 아찔하게 많이 했다.
첫 번째는 다섯 살 즈음에 놀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소아과로 데려가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때부터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괜찮을 거야. 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종합병원에 가니 몸 전체를 찍어 보자고 했다.
예? 머리를 다쳤고, 아이는 멀쩡한데?
몸 전체를 찍으려면 마취를 해야 하는데 그건 어린아이에게 무리가 가는 일이라 망설여졌다.
전체를 찍자고 했던 의사는 그럼 머리 부분만 엑스레이로 보자고 했다.
결과는 괜찮았다. 외과에서는 약을 발라 주었고, 소아 담당의는 몇 가지 물어보고 괜찮다고 했다.
그때 만약 전신마취를 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싫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모두 목욕탕에서 일어났다.
목욕을 다 하고 나오다가 탈의실 발판에 미끄러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아이가 다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짜증이 나서 목욕을 시키면서 애들에게 신경질을 좀 냈던 것 같다. 아이가 다치니 모든 게 내 잘못인 것 같아 모든 신에게 잘못했다고 빌었다. 병원에서 다친 곳을 꿰매면서 무서워서 보지 못하고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남편이 아이를 안고 있었다.
세 번째는 남편과 두 아들이 함께 목욕탕에 갔다가 작은 아들이 탕으로 점퍼 하면서 쾅하고 부딪쳤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병원으로 간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도착하기까지 천 년은 걸린 것 같았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아서 치료를 하고 집으로 왔다.
자잘한 일들로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던 두 아들은 이제 스무 살이 넘었다. 큰 질병 없이 잘 자라 주었다.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나는 어떠했는지. 중학교 3학년 때 맹장 수술로 입원한 거 빼고 특별한 일은 없다. 내 사춘기는 지독했지만 다행히 엄마는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나로 인해 엄마가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갔기에 괜찮았다고 했는지 어떤 지 모르겠다.
오늘은 날이 춥다. 1월이니 당연한 추위겠지.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생각하기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