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게 화를 내냐고!

by 정상이
ByLn1oco1ct 화내는 이미지(인터넷에서 가져 옴)



아버지는 원래 무서웠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 퇴근하는 아버지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마루로 나가서 네 명이 한 줄로 서서 기다렸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면 우리는 잘 다녀오셨냐고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흐뭇하게 인사를 받았다.

당시 아버지는 경찰이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아버지는 엄하고 무서운 분이었지만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혼날 일이 생기면 벌을 세웠지 회초리를 든 적은 없었다.


아버지의 화는 할머니와 엄마에게 향했다. 우리에게는 나름 합리적인 아버지로 행동했다. 그나마 첫째였던 나는 아버지와 얘기를 하기도 하고, 논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을 말하면 아버지는 자신의 논리로 반박했다. 우리 둘 다 비슷하여 타협이란 잘 되지 않았다. 결론은 아버지가 틀렸는데 절대 틀린 걸 인정하지 않았다.

중학생 때 혈액형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ABO 혈액형에 대해 말하면서 아버지는 AB이고 엄마가 O형이면 A 아니면 B가 나오는데 남동생이 O로 나온 적이 있었다. 물론 초등학교 때 받은 검사였다. 아버지는 남동생의 혈액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고 나는 불가능하다는 쪽이었다. 나중에 남동생이 군대에 가서 다시 혈액형 검사를 받으니 B로 나왔다.

또한 엄마가 당뇨와 혈압약을 먹고 있을 때 콩팥 기능이 좋지 않게 나왔다. 당뇨가 심해지면 콩팥 기능이 떨어진다고 했다. 콩팥에 좋은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음에도 아버지는 엄마의 콩팥은 이상이 없다고 했다. 소변이 잘 나오는데 무슨 소리 하냐고 큰소리쳤다. 병원에서 받는 수치는 계속 내려가고 있음에도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의학이 보여주는 결과까지 믿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엄마는 자신을 보조해 주는 비서였다. 옷이며 양말이며 모든 걸 엄마가 챙겨야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속이 터졌다. 손과 발이 멀쩡한데 왜 저러지? 아버지는 퇴근해서 집에 엄마가 없으면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엄마가 없는 집안은 분위기가 살벌했다. 늦게 들어온 엄마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고, 아버지의 냉랭한 말들이 날아다녔다.


엄마가 아플 때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해서 미리 준비를 부탁했다. 집에 도착하니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제대로 못 입는다고 아버지는 또 화를 내고 있었다. 보다 못해 성내지 말고 하라고 했더니 내가 무슨 화를 낸다고 그러냐며 내게 되려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본인이 화를 내고 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놓고 1시간 후에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해서 병원에서 어떤 것을 물어보라는 식으로 말했다. 아버지의 태도에 나는 허탈했다.


엄마의 49재가 지나고 첫 생일에 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12시가 못 되어 막내의 전화가 왔다.


“누나, 아버지가 산에서 만나고 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늦게 왔냐며 아버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를 내고 산으로 갔어. 미치겠다. 지금 산으로 가야겠는데.”

“헐~ 알았다.”


점심을 준비하다가 서둘러 아들과 산으로 갔다. 분명 다 같이 있을 때 한 약속이었는데 왜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여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 산에 모였다. 아버지는 그제야 화를 낸 걸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하니 마음 정리가 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한마디 했다.


“아버지, 제발 화부터 내지 말고 차분하게 설명을 하거나 어찌 된 것인지 물으면서 하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나에게 말대구 한다고 하면서 다시 버럭 화를 냈다. 자신은 이제 겨우 화를 삭였는데 내가 불을 다시 지른다는 식이었다.

동생들이 쉬 쉬 하면서 알겠다고 하면서 상황은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엄마의 생일을 치르고 모두 흩어졌다. 두 남동생은 준비해 온 음식으로 아버지랑 집에서 점심을 먹었고, 나와 여동생과 아들은 식당으로 갔다.


여동생은 아버지가 화를 낼 곳이 없으니 우리에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화를 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화를 받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고집대로 살고, 변하지 않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아버지일 줄 몰랐다.

물론 동생들도 아버지가 화를 내는 걸 싫어한다. 화를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나는 그런 아버지가 싫다. 동생들은 이해하라고 하지만 나는 이해하고 싶지 않다.


왜일까?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게 아님에도 자꾸 책임을 아버지에게 지우고 있었다. 아마 엄마가 아버지로 인해 힘들어했던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저렇게 버럭버럭 화를 냈으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 화를 다 받았으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았을까.'


아마 아버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태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이런 아버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할까. 참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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