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게임에 갇혔다. 그리고 망했다.

잘못된 선택

by 정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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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왔다. 00카드 이벤트를 알리는 문자였다. 빙고를 완성하면 추첨을 하여 백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백만 원.


백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묘한 힘을 가졌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거대하다.

백만 원에 혹해서 이벤트에 참여했다. 빙고 판은 가로 세 개, 세로 세 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편의점, 백화점, 외식, 배달앱, 약국 등 결제할 때 00카드로 일정 금액 달성하면 되는 것이었다.


카드사용을 독려하는 내용인 걸 안다. 빙고 판을 완성해도 모두 주는 게 아니라 추첨으로 당선된 사람에게 준다고 되어 있는데, 그 한 명이 꼭 나를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알면서 나는 게임 속으로 빠져서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약간의 호기심과 함께 그냥 한번 해 보자는 의도였다.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니까 이왕이면 해당 카드로 결제하자.


그래. 나는 막 소비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쓰는 거야.


그렇게 기름을 넣으니 하나 클리어했다는 카톡이 왔다. 와우. ‘클리어’라는 말이 생각보다 기분을 좋게 했다. 편의점에서 이만 원 결제하니 다시 ‘클리어’. 짜릿했다.


벌써 두 개나 했다니.


그렇게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빙고 게임에 갇히고 있었다.


나는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에 빠지면 깊이 빠지는 스타일이다. 한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에 대해 알고 싶고, 그 작가가 쓴 책 위주로 다 읽는다. 그렇게 한 작가에게 푹 파묻혀 완전히 빠져 다 알고 나서야 빠져나온다.


이번엔 빙고가 나를 점령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빙고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나는 하나하나 완성해 가고 있었다. 이벤트 문자가 온 지 2주만에 완성 하고 말았다. 결과는 다음 달 결제일에 알 수 있다고 했다.


기다리는 건 힘들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기다려야지. 잊은 듯이 기억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축하 문자가 왔다. 나에게 온 선물은 모두에게 주는 이모티콘 선물(무려 한달짜리 선물. 헐~~), 다음으로는 커피쿠폰 한 잔.


때서야 내가 뭔 짓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백만원은 누구에게 갔을까. 가기는 했을까. 당첨을 개별적으로 알려주니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도 아니니 누구에게 줬는지 누가 알겠는가. 속았다. 그들의 상술에 완전히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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