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멀미약의 위력, 무서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
‘차트를 달리는 남자’라는 프로그램에서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을 직접 한 이야기를 봤다. 11일간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은 결국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무기력증, 환각, 의욕상실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실험을 중단했다. 그 실험 후 정상적인 리듬으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런 실험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만큼 잠이 우리 신체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잠을 자지 않아서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 할머니에게 일어났었다.
할머니는 멀미를 심하게 해서 버스를 타고 멀리 나들이 가는 걸 못 하신다. 어디를 가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동네에서 1박 2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할머니도 가고 싶어 하셨다. 문제는 멀미였다. 그때 마침 먹는 멀미약 대신 귀 뒤에 붙이는 멀미약이 나왔다. 우리는 약국에서 구입하여 할머니께 붙여 드렸다. 다행히 할머니는 별일 없이 잘 다녀오셨다. 이번에는 멀미도 하지 않으셨다고 좋아하셨다. “역시 약이 대단해.”
그러나 여행을 다녀오신 그날부터 할머니가 이상했다. 멀리까지 다녀오시고 차를 많이 타서 피곤하셨을 텐데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 오히려 기운이 펄펄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이상한 행동을 했다.
“아니 어머니 뭐하세요?”
“뭐하긴 내가 저녁 만들려고 하지.”
할머니는 들어가지 않던 부엌에서 무를 다듬고 파를 까고 계셨다. 엄마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웃으시면서 방으로 가시라고 했다. 할머니는 방에 와서 뭔가를 찾으셨다. 옷장을 열고 웃을 꺼내고 무엇인가를 계속 찾았다. 그러면서 계속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아빠, 할머니가 이상한 거 같아요. 뭔가 빠진 것처럼 이상해요.”
아빠는 내 말에 놀라 할머니의 행동을 보시다가 함께 여행을 가셨던 분들께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그분들 얘기에 의하자면 여행 첫날은 별일이 없었는데 돌아오는 날, 할머니가 기운이 넘치시고 말도 많아지고 산만한 행동을 많이 하셨단다. 그러다가 한 분이 혹시 멀미약을 붙였는지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니, 어쩌면 그것 때문일 수도 있으니 붙인 멀미약을 떼고 목욕을 시켜서 잠을 자게 하라고 했다.
할머니는 그때까지 멀미약을 두 개 다 붙이고 있는 상태였다. 엄마는 빨리 제거하고 가시지 않으려는 할머니를 설득해서 목욕탕에 다녀왔다. 그날 저녁 우리는 생전 보지 못했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는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고, 계속 이리저리 다니고, 옷장의 옷을 꺼내고 넣고를 반복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중얼 거리기도 했다. 아무리 주무시라고 해도 자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은 낯설고 무서웠다. 아빠는 밤새 할머니 옆을 지켜야 했다. 위험한 행동을 할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빠는 지치고 화가 나서,
“어무이, 치매가? 이게 뭐꼬?”
그랬더니 할머니는 그 와중에도 치매라는 말은 듣기 싫었던지 아니라고 정색을 하며 화를 냈다. 결국 간호사로 있는 이모가 와서 할머니는 링거를 맞으며 주무셨다. 할머니는 아주 푹 자고 일어나셨다. 그런데 전날 했던 일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딱 하나 “치매”라는 말은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붙이는 멀미약에 대한 부작용을 몰랐다.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두 개가 아닌 반 개를 붙여도 되었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두 개를 동시에 붙였으니 할머니가 감당하기 벅차 그런 부작용이 생긴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잠은 죽으면 영원히 자니 적게 자는 게 좋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은 우리 몸의 불편한 부분들을 치유하고 다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다. 정신적인 고통이 큰 사람들은 잠을 일반인보다 더 많이 잠으로써 치유를 하기도 한다.
한때 어떤 드라마에 빠져 밤을 새워 다 본 적이 있다. 다음이 궁금하고 궁금하여 한편만 더 하다가 다 보고 나니 아침이었다. 후유증은 이틀을 갔다. 몸의 리듬이 깨지는 건 그만큼 무서운 일이다. 젊을 때는 회복력이 좋지만 나이가 들수록 회복력이 떨어지기에 리듬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자는 삶. 단순함에 삶의 비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