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딸일까.

받기만 하는 딸이다. 못된 딸이다.

by 정상이


20211211_120213.jpg 작년 엄마 생신에 여동생과 함께 간 여행지(여자끼리 간 첫 여행~~)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딸은 아니다.

그럼 엄마는 나에게 어떤 엄마인가.

좋은 엄마이다. 내게 아낌없이 애정을 주었고, 때론 친구처럼 때론 능력자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려고 하였고, 좋은 것을 사 주려고 하였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힘들 때 괜찮다고 응원해 준 사람이 엄마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심한 사춘기로 힘들어할 때도 가만히 지켜봐 주셨고, 고등학교에 가는 연합고사에 떨어져 낙담할 때에도 용돈을 주면서 친구들과 실컷 놀다 오라고 했다.


그게 얼마나 용기를 내게 하는 것이었는지 엄마는 알까.


대학에 다니면서 누군가랑 사귀면 그 사람에 대해 물어는 봤지만,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으셨다. 내가 연애를 하고 헤어질 때 어떤 충고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한 우리 엄마가 참 대단하다.


결혼을 하였지만 나는 어떠한 음식도 만들 줄 몰랐다. 밥만 할 줄 알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밥솥에 밥은 해 봤으니까. 국을 좋아하지 않아 해 먹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한 3년 정도는 엄마가 해 주는 반찬을 나르기만 했다. 나물이 그렇게 위대해 보인 적이 없었다. 국이나 찌개를 할 때 다시물을 내야 하는 것도 몰랐다. 엄마는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왜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내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내가 힘들면 엄마 집에 가서 쉬었다. 파트로 일을 할 때에도 잠시 잠깐 아이를 맡기면 엄마는 기꺼이 봐주셨다. 아이는 할머니와 너무도 잘 놀았다. 할머니 집에 가면 나에게 잘 가라는 바이 바이를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였다.


언제나 내가 손을 뻗으면 있고, 내가 원하면 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애들이 자라면서 엄마에 대한 필요는 점점 줄어들었다. 엄마 집에 가는 횟수 역시 줄어들었다. 이제는 김치나 국물김치를 만들어 두었으니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간다. 귀찮다. 귀찮다고 안 가는 딸이 서운할 수도 있을텐데 아무 말이 없으시다. 내가 안 가니 엄마는 손자를 부른다. 와서 가져가라고. 나는 그런 딸이다.


이제는 많이 늙으시고 기운이 빠졌기에 말동무를 해 드리고, 맛있는 거 사드려야 하는데 입이 까탈스러운 우리 엄마는 드시고 싶은 게 없단다.


그래도 엄마가 아직 내 곁에 있어서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월의 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