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Jul 14. 2022

무안의 식당

순한 가격과 맛난 반찬과 인심


 얼마 전 밀양으로 출장을 갔다. 일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표충사 주변이라 식당은 많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갔었던 식당이 생각나서 찾아갔다. 

 그 식당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갔었던 곳으로 뷔페였다. 그때도 일 때문에 갔다가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1시 2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배가 고팠다. 혼자였기에 뷔페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들어갔다. 마침 들어가니 내 뒤로 두 명이 더 들어오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우리를 보더니,

 “아, 계산하지 말고 그냥 드세요.”

 “예?”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냥 먹으라니.

 “지금 음식이 별로 없어요. 남은 음식이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편히 드시고 가세요.”

 나와 내 뒤에 있었던 두 사람도 약간 놀란 듯하였지만 주인이 그냥 먹으라고 하니 그렇게 했다. 음식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인 게 맞았다. 


 나는 잡곡밥과 야채와 남은 돈가스와 고기를 담고 국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는 마음으로 몇 숟가락 먹는데, 다시 주인이 내 곁으로 왔다.

 “왜 일행과 같이 안 드시고?”

  나는 일행이 없는데 뭔 얘기이지? 놀라 사장을 봤다. 

 “아니, 왜 같이 오신 저분들과 함께 안 드시는지.”

 사장이 말하는 일행은 내 뒤에 온 두 분을 말한 것이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 뒤에 온 두 분과 사장은 아는 사이였다. 그러기에 그냥 드시라는 말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그래, 착각했구나. 밥을 먹고 계산을 하자.’ 나는 저만치 있는 사장에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계산할게요.”

 사장은 알겠다고 했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밥을 먹었다. 다 먹고 계산대에 서니 사장 부인이 괜찮다고 한다. 아니. 계산할게요. 나는 당연한 일이라며 돈을 내밀었지만 받지 않았다. 

 “이번엔 그냥 드시고 다음에 또 오세요.”

 나는 그냥 계산을 하겠다고 했지만 받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다음에 또 오라고 하지만 나는 타지 사람이라 여기에 올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다가 공짜로 밥을 먹었다. 살다가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라 놀라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다시 밀양으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다시 그 가게를 찾았다. 코로나의 여파로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다양한 메뉴와 음식의 맛이 괜찮았고 주인의 인심으로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던 집이었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며 걸어 다니다가 가게는 허름해도 사람들이 꽤 앉아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조금 기다리니 반찬이 먼저 나왔는데 8가지나 되었다. 반찬은 가지 수만 채운 게 아니라 정갈하고 깔끔했다. 반찬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찌개가 나오면서 제육볶음이 조금 곁들여졌다. 한 입 먹으니 내 입에는 짜게 느껴졌다. 다른 반찬과 찌개만 먹었다. 반쯤 먹었을까? 주인아주머니가 고등어구이를 가지고 나오며,

 “보니까 제육은 안 드시네.”

 그러면서 구이를 주고 갔다. 고등어구이는 바짝 구워져서 맛있었다. 손님이 뭘 먹는지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아~~~. 작은 감동이 몰려왔다. 


 좀 있으니 남자 세 명이 식당으로 들어와서 소고기국밥을 시켰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오늘은 영 맛이 없다며 다른 것을 주문하라고 한다. 그들은 다른 메뉴를 시켰다. 맛이 있으나 없으나 만든 음식을 팔면 그만 일 텐데 여기 사장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같은 재료에 음식을 만들어도 영 맛이 안 날 때가 있어요.”


 나는 찌개와 반찬을 맛있게 싹 비우고 계산을 했다. 계산을 하면서 또 한 번 놀랐다. 가격이 5000원이라고 했다. 이 많은 반찬과 순두부찌개가 5000원이라고? 나는 놀라 현금을 주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다. 예전에 7000원짜리가 지금은 9000원이나 만원이 된 시점에 5000원은 놀라운 가격이다. 


 밀양 무안은 작은 동네이지만 순한 가격과 맛있는 음식으로 내게 각인이 되어 버렸다. 가게 이름을 자세히 보지 않아서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이름을 기억할 예정이다. 그 가게는 날로 번창하여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보고 싶고,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