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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an 15. 2023

새로운 해, 새로운 달, 새로운 날들

- 나이가 쌓여가는구나. 

강화도 석모도에서 본 일출

 1월이 시작되었다. 매년 1월은 언제나 오는 것이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럼에도 그 해 말이 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이 되면 해돋이를 보며 다짐을 하고, 소원을 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들과 만나 인천 강화도 해돋이를 보러 떠났다. 


 멀리 있는 아들 덕분에 1석 3조의 혜택을 즐기고 있다. 첫째, 아들을 보는 것이고, 둘째 경기도 일대뿐 아니라 그 주변까지 여행을 하는 것이고, 셋째 우리 식구가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나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커지면서 각자 친구들과 놀기 바쁜 시간들이었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군대를 가면서 오히려 함께 다니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니 이 기회를 놓칠세라 덥석 잡는다.

 큰 아들이 이번 연말에는 함께 하겠다고 해서 나와 남편은 편하고 좋았다. 운전을 혼자서 다 해서 좋았고, 평상시에 들을 수 없었던 아들의 얘기를 많이 듣게 되어 좋았다. 


 강화도는 제주도, 거제도와 더불어 아주 큰 섬이다. 인천광역시에 들어가는데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곳이다. 경기도에서 강화도로 넘어가기 위해 설치된 다리는 하나뿐이라 어느 정도 막히는 길이었다. 

 강화도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전등사였다. 숙소로 가려다가 차가 막혀 급히 전등사로 빠졌다. 전등사는 고려 충렬왕 때 정화궁주가 옥등을 시주한 데서 이름이 바뀌었다. 1678년에는 조정의 실록을 이곳에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왕실의 비호를 받게 되었다. 

 절 내는 고즈넉하니 아름다웠다. 산속에 둘러싸여 있는 고요한 느낌이었다. 대웅전에서 올 한 해의 소원과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다. 대웅전, 약사전, 범종 등 지정문화재가 17점이 되지만 문화재의 의미를 피부로 느끼 기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고 모자라다. 전등사에 주차하기 전에 폭신하게 내린 눈을 보자 큰 놈은 차를 빙글빙글 돌리고, 밟아 보면서 다른 곳에서는 하지 못하는 눈 위의 드래프팅을 잠시 즐겼다. 

 전등사를 보고 나서, 루지를 타러 갔다. 강화도 루지는 긴 길이로 유명하다.(1.8km)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꽤 긴 거리이기에 타고 내려올만했다. 나는 커브에서 뒤집힐까 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내려왔다. 겁보라 할 수 없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쉬면서, 다음 일정을 잡기 위해 관광안내도를 살펴 가며 아이들 의견을 물어보니 일출을 보고, 석모도 미네랄 온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침에 일출을 보고, 따뜻한 온천을 하고, 맛있는 아침을 먹으면 딱이겠구나.’ 했지만 우리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노천탕이라 작은 아들의 소원은 이루었지만 많은 사람들로 인해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어렵게 기다려 들어가니 추위가 온몸을 공격했다. 급히 탕 안으로 들어갔다. 노천탕은 좋았지만 얼굴만 내놓고 있어야 했다.  탕 안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미네랄이 많아서 물은 짰다. 샴푸나 비누를 사용할 수 없어서 머리를 감을 수 없어서 물로 헹구었지만 잘 마르지 않았다. 노천탕이 가지는 낭만은 있었지만 두 번은 가고 싶지 않다. 오전 시간을 이곳에서 다 써버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보문사 3000 관음보살

 석모도에서 가까운 곳에 보문사가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해수관음성지이다. 이곳은 올라가는 길이 오르막길로 제법 가팔랐다. 아주 높은 산에 위치한 느낌이었다.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보문사 주변엔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있었다. 보문사에는 재미있는 것이 몇 개 있었다. 우선 관음보살이 3000불 모셔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나 표정이 다양하여 재미있었다. 또 누워 있는 부처가 있었는데, 그 주변을 중심으로 빙 돌아가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높은 곳에 위치한 눈썹바위에서 보는 경치가 멋지다고 하지만 너무 높아서 눈으로 보고 그냥 왔다. 보문사 입구에 있었던 길쭉한 호떡을 먹으며 내려왔다. 


 고인돌과 고려궁지를 둘러보고 서둘러 경기도로 차를 몰았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포천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강화도에서 경기도로 들어가기까지 역시나 차가 조금 막혔다. 중간중간 이동하면서 먹은 군것질로 인해 작은놈은 배가 고프지 않으니 저녁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 부대 복귀 시간 때문에 저녁을 먹이지는 못하고 들여보냈다. 군대에서 맛있는 음식이 많이 나오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위로를 받으며 2일간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2023년 1월.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들을 했다. 이제는 하지 않는다. 다짐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건강을 빌게 된다. 그건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다. 어쩔 수 없다. 


 올해부터는 마음을 좀 더 느긋하게 가지려고 한다. 애면글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건 다짐이라기보다 마음 자세이다. 부지런히 읽고 쓰다 보면 나이가 쌓이듯 그 무엇인가가 열매로 맺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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