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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Feb 11. 2023

온전히 누려야 할 삶이 박탈당한 삶

- 천현우의 '쇠밥일지'를 보며 울컥, 울컥한다.


 온라인 모임에서 이 책을 추천했을 때 나는 읽지 않았다. 그런 심리가 있잖는가. 사람들이 막 몰리면 오히려 외면하고, 좋다고 하면 이상하게 멀리하게 되는 심리. 나는 그런 게 좀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선입견도 작용했다. ‘지가 뭐가 잘났다고 에세이고.’ 하는 비아냥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가 어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었다. 뭔가 당기는 힘이 있었다. 마지막 장을 읽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를 조금씩 당기고 있었다. 뒤에서부터 읽으니 자꾸 풀리지 않는 궁금함이 생겨 처음부터 읽었다.


 그의 삶은 애초 내가 상상했던 삶과는 너무도 머리 떨어져 있었다. 생모라는 사람이 때리고 이상한 환경에 아이를 버려두고 있었다. 아버지는 바람기로 이리저리 떠돌고…. 오죽 힘들었으면 자신을 다치게 하여 심여사(새어머니)에게 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중 뭐가 중요할까. 낳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기른 정이 훨씬 크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못된 짓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심여사의 보살핌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매 순간 돈에 쪼들리고 신에게 버림받은 아이처럼 느껴지지만 잘 견디고 견딘다. 그게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찌 저리 견딜 수 있지. 


 정작 그는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격려를 받고 힘을 얻는다. 포터 아저씨가 기술의 중요성을 알려 주고, 은주가 위기로부터 구해주고, 초원이 기운을 차리게 도와준다. 

 실업고등학교에서 친구가 진로를 고민하면서 한 이 말이 뒤통수를 치면서 동시에 심장을 찢어 놓는다.  


 “우야긋노. 우리 대가리로 철밥통 잡을라믄 방법이 그삐 없는데(15p)”  


 막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갖는 선입견과 나쁜 생각. 공부를 못해서 저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그들의 기술이 없으면 이 세상은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그들이 선택한 삶에 우리가 잘못된 시선과 잣대로 그들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온전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청소부가 있기에 주위가 깨끗하고, 기술자가 있기에 세상이 돌아가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천대시할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주고, 기술자들이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생각이나 사고는 그대로이지 않나. 


 전기자격증 학원에서 만난 동생이 가지고 있는 원칙은 아주 짜릿함을 선사한다. 


 “1, 일과 놀이를 철저히 분리한다. 2. 평소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병행한다. 3. 노는 날과 금액한도를 정확하게 정한다. 4. 책임지지 못할 잠자리는 절대 가지지 않는다. 5. 지금 이 순간을 매일 누릴 수 없다는 걸 생각한다. 6. 잘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 계속 공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250p)”     


 이 책에 나오는 은주, 초원, 학원 동생을 포함하여 작가 본인까지 모두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들이 잘 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그를 계속 응원하고 싶다. 온전히 누려야 할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여러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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