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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Apr 15. 2023

상병의 변심

- 혼자이고 싶다네.


 작년 6월에 작은 아들이 입대했다. 


 가고 싶지는 않지만 가야 하는 일이니 숙제를 끝내듯 지원했다. 아들의 입대는, 남동생이 군대를 갈 때와는 또 달랐다. 걱정이 많았다. 


 훈련병이었다가 이등병이 되고, 다시 일등병이 되었다. 


 휴가를 처음 나오던 날, 우리는 도착할 버스를 기다리며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뭘 그리 걱정했었던가. 웃음이 난다. 우리 기준에 작은 아들은 아직도 보호받아야 할 아이처럼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도착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들이 보이지 않자 우리는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버스를 잘 타기는 했을까? 중간에 잘 못 된 건 아니겠지?”

 “아니, 왜 전화를 안 받아? 차는 왔는데 왜 애가 안 보여?”

 “저 차가 아닌가?”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어서 도착했다. 아들은 차에서 잠이 들어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인데 우리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마음을 졸였다.

 

 그렇게 7박 8일의 휴가는 후딱 가 버렸다. 뭘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가는 놈도 남는 우리도 아쉽고 허전했다. 버스에 탄 아들을 보내는 기분은 영 아니었다. 처음 입소할 때보다 더 아쉬웠다.


 다정한 작은 아들은 자대 배치받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전화를 했다. 거의 매일이었다. 훈련을 떠나면 며칠 통화를 할 수 없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들의 상황을 알 수 있었고, 아들은 잘 지내고 있었다. 


 두 번째 휴가는 친구들을 만나는데 다 사용했다. 아들 친구들 역시 하나 둘 입대자가 생겼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이별의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상병이 되었다. 일병이나 이병과 달리 상병이라는 계급은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아들은 이제 군 생활에 적응을 하여 힘들다거나, 집에 오고 싶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모양이다. 


 4월 말에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집으로 내려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주일의 휴가를 잡았는데 혼자만의 여행을 할 계획이란다. 


 “뭐? 혼자 다닌다고? 괜찮겠나?”


 우리는 또 걱정이었다. 숙소를 잘 잡을지, 혼자서 어떻게 다닐지, 심심하면 엄마를 부를래 등 쓸데없는 말을 하자 아들은 단칼에 잘랐다.


 “내 알아서 할게.”


 내 알아서 할게. 이 말로 상황은 정리되었다. 


 올해 스무 살인 아들은 이제 아이가 아니다. 받아들여야 한다. 큰 문제없이 이만큼 자라 주어서 고마운 아들이다. 혼자 여행을 다닐 정도로 자랐으니 기특하다. 


 근데 허전한 이 마음은 뭘까. 


 다른 사람이 군대에 가면 시간이 잘 가는데 우리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는 왜 그리 안 가는지. 그러나 이제는 간다. 몇 달이 지나면 1년이 되고, 다시 몇 달이 지나면 제대를 하겠네. 그렇게 다시 아들을 만날 생각으로 변심한 상병을 기다린다.


 벚꽃이 지고 붉은빛을 발하는 영산홍이 예쁘다. 영산홍이 지면 장미가 피겠지. 장미가 지고 낙엽이 떨어지면 겨울이 된다. 하얀 눈이 내리고 추워지면 제대를 한다. 추운 겨울을 기다려 본다. 건강하게 제대할 아들을 기다리며 변심한 상병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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