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Apr 09. 2023

김치를 샀다.

- 뿌듯하다. 

 김치를 많이 먹지 않지만 빠지면 허전하다.     

 

 작년 11월에 엄마가 아프셔서 2주간 병원에 있는 바람에 김장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었지만 엄마 없이 김장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아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 김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절임배추를 취소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다행히 엄마는 퇴원을 했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배추 4 포기를 담아 2 포기를 나에게 보내 주었다. 

 “몸도 아직 힘들 텐데 뭐 하러 이걸 하는데!” 받으면서 투덜거렸다.

 “나는 옆에서 말로 하고 아버지가 다 했는데… 니네 아버지 알잖아. 내 말 안 듣는 거. 그래서 김치가 좀 짜다. 감안하고 먹어라.” 


 그랬다. 김치는 짰다. 맛은 있었지만 짰다. 조금씩 아껴 먹어야 했다. 


 그 김치를 다 먹었다. 엄마집에 가서 김치를 더 받아 올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조금 사기로 했다. 반찬가게에 가서 만 원어치 샀다. 맛이 괜찮았다. 엄마가 담아주는 깊이 있는 그 맛은 없었지만 먹을만했다. 김치를 사고 나니 반찬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고, 부자가 된 것만 같다. 


 ‘뭐지? 이 기분은?’ 이래서 다들 힘들어도 연말이 되면 김장을 하는 모양이다. 


 작년을 계기로 올해도 가능하면 김장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내 바람이다. 절임배추는 내가 주문하지만 나머지 젓갈이며 양념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는 건 부모님이니 그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은 것인데 과연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김치를 내가 담아서 부모님께 나눠드리고 싶은데…… 휴~ 그 많은 재료들을 다듬고, 양념을 사고, 젓갈을 사는 과정을 생각하면 휴~ 자신이 없다. 마음은 꿀떡 같지만 자신이 없다. 

 “엄마, 요즘 김치 잘하는데 가면, 우리가 원하는 양념이며 재료를 그대로 넣어서 담아준데. 이제 힘든 김장 그만하자. 어?” 

 이러면 엄마는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행동은 또 따로 할 것이 뻔하다. 


 내가 김장을 하는 확률이 높을까, 엄마가 포기하는 확률이 높을까. 


 김치 하나 사고, 많은 생각이 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