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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Apr 01. 2023

일상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좋아. 

봄날의 평범한 하루

 오늘은 주말이기도 하여 조금 늦게 일어났다. 9시. 세수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사이, 옷 정리를 시작했다. 겨울옷들을 넣고 여름옷을 꺼냈다. 입지 않고 그대로 있는 옷들은 과감하게 버리기 위해 한쪽에 둔다. 예전에는 버리는 옷들이 아까워 그대로 두었는데, 이제는 정리한다. 1년 이상 입지 않았다는 건, 안 입는다는 것이고, 못 입는다는 것이니까. 버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빈 공간이 생기니까 더불어 여유가 생긴 것만 같다.


 옷장은 매번 정리하지만 옷을 다 꺼내고 나면 먼지들이 있다. 깨끗이 닦아 내고 그 자리에 다시 여름옷을 담는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니, 세탁기가 소리를 낸다. 세탁이 다 되었다는 울림이다. 건조대에 널려 있는 옷들을 개어서 옷장에 넣고, 빨래를 건조대에 넌다. 


 휴~ 몇 가지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많이 가 버렸다. 11시다.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우유를 데워 나만의 카페라테를 만들어 마신다. 우유의 달콤함과 커피의 쌉쌀함이 입 안에 맴돈다. 깨끗해진 집안을 둘러본다. 옷까지 정리하고 나니 다른 날보다 기분이 더 좋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신 커피가 벌써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새로운 4월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맞이한다. 4월엔 빨간 날이 하-나-도 없다. 4주를 꽉 채워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4월엔 집안 행사나 챙겨야 할 일정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기쁘다. 아니, 신난다. 누군가 나를 찾지 않는 일상이 즐겁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좋은 일이다. 아프지 않고, 사고가 없으며 그냥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날들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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