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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r 19. 2023

목련만 보면 왜 슬퍼질까?

- 나만 그런가?

낮에 찍은 목련
밤에 찍은 목련(같은 장소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봄이 오면 꽃이 피기 시작한다.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피우면, 깊은 산속 붉은빛의 진달래가 인사를 한다. 진달래의 인사를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면 아파트 담장이나 길가에 길쭉하게 서 있던 나무에서 꽃이 핀다. 목련이다. 아기의 솜털처럼 보들보들, 우윳빛처럼 곱고 부드러운 목련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보다 먼저, 가슴이 아릿하고 자꾸 슬픈 생각이 든다. 왜일까? 목련과 관련된 슬픈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양희은의 노래 때문일까? 아니면 슬픈 전설 때문인가.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중략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이것은 양희은 노래의 일부분이다. 이 노래의 리듬은 천천히 그러나 쩌릿하게 마음을 흔든다. 목련과 연관된 전설은 이러하다. 옛날 옥황상제에게 예쁜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시간이 흘러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옥황상제는 멋진 청년들을 불러들이고 딸에게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드는지 고르라고 한다. 딸은 말이 없다. 옥황상제는 딸의 마음을 눈치채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지 묻는다. 북쪽에 사는 바다 신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옥황상제는 크게 화를 내면서 반대한다. 공주는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몰래 북쪽 바다신을 만나러 간다. 막상 가 보니 이미 바다신은 아내가 있다. 공주는 절망에 빠져 바다에 몸을 던져 죽는다. 이 소식을 들은 북쪽 바다신은 공주의 시신을 잘 수습하여 묻어주고, 자신의 아내에게 약을 먹여 죽인다(이건 뭐지? 옥황상제가 나쁜 놈이라고 한 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목련은 다른 꽃과 달리 북쪽을 향해 머리를 약간 꺾어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전설은 별로다. 왜 전설 속의 여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거나 살인을 당하나. 북쪽 신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갔는데 이미 아내가 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힘들지만 일단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른 사랑을 찾아야 한다. 힘들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일생에 사랑이 한 번 뿐이겠는가. 아니다. 다른 색깔로, 다른 빛깔로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봄은 다시 돌아오지만, 아픈 마음이 멀쩡해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눈물이 말라야 하고, 술이 어느 정도 간을 적셔야 한다. 물론 나도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다. 그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울고 나면 다른 세상과 다른 시간들이 있었기에 또 다른 사랑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보낸 사랑은 봄이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련을 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목련의 꽃말 때문일까? 목련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환하게 피어있는 목련을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간이 짧기에 더 그러하다. 


봄비가 늦게 늦게 내려 꽃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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