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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r 13. 2023

구례 화엄사와 홍매화

- 두 그루의 홍매화

각황전과 대웅전 사이에 있는 사사자삼층석탑

 오랜만의 나들이었다. 신문에서 홍매화 축제에 대한 기사를 보고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차가 막힐까 봐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혹시 막히면 다른 곳으로 빠지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였다. 출발할 때부터 날은 흐렸다. 일기예보에서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지만, 예보는 예보니까 길을 나섰다. 차에 우산은 챙겼다. 화엄사를 예전에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구례로 들어서니 풍경이 익숙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노곤한 몸을 풀었다.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서자 찻집이 나왔다. 커피를 주문했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다. 나는 카페라떼, 남편은 아메리카노. 커피 맛에 민감하지 않은 남편이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이 영 아니었다. 커피 본연의 향이 나지 않았고 라떼는 밍밍했다. 


 화엄사 입구에 들어서니, 아! 기억이 났다. 내가 예전에 왔던 곳이구나. 화엄사는 입구가 다른 절과 조금 다르다. 높은 성벽이 있는 것처럼 생겨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입구에 막 들어서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차로 다시 가서 우산을 가져왔다. 화엄사는 3월 11일부터 홍매화 축제를 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화엄사로 들어가는 첫 계단에는 입을 막고 있는 동상을 시작으로 다음엔 귀, 그다음엔 눈을 가리고 있다. 이 동상이 예전에도 있었나?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그때도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그때도 있었다면 이제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사물을 바라보는 내 눈에 변화가 생겼나? 내 기억에서 사라졌었나? 온갖 생각을 하며 걸었다.

 

대웅전과 각황전 사이에 있는 홍매화

계단을 조금 올라가자 오른쪽에 한 그루의 홍매화가 보였다. 작으면서 단아한 느낌이었다. 대웅전을 향하여 올라갔다. 대웅전에서 간단히 참배를 했다. 가족의 건강과 각자가 원하는 길을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대웅전과 각황전 사이에 홍매화가 보였다. 입구에서 본 것보다 크고 가지도 많았다.   

   

 여기서 드는 생각, 두 그루의 홍매화로 홍매화 축제를 하는 이유가 뭘까? 분명 홍매화는 아름답기는 하다. 두 그루의 매화를 가지고 축제를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화엄사는 임진왜란 때 승려들과 함께 많은 의병들이 왜병과 싸웠다. 그 영혼을 기리는 의미를 붉은색의 매화에 이입한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매화가 절 주변을 배경으로 많이 피었다면 사람들은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사진을 찍기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단 두 그루의 꽃이기에 귀하게 생각하며 찍게 된다. 나처럼 ‘두 그루의 매화에 무슨 축제냐’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국보인 각황전에 들어갔다 나오니 비가 쏴 하고 쏟아졌다. 각황전은 지대가 높아서 화엄사 전체를 바라보기 아주 좋았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면서 차분해지는 마음이었다. 


 점심으로 들깨칼국수를 먹었다. 들깨가 들어간 음식을 유달리 좋아하는 남편. 그런 음식을 해 주지 못하는 형편이니(부족한 솜씨와 갖은 이유들) 식당에 가서 ‘들깨’라는 글자만 보면 달려든다. 들깨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좋았는데 남편은 좀 뻑뻑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원하지 았다며 투덜댔다. 들깨칼국수가 어떻게 시원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놀라 고개를 드니 그냥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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